[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한글과컴퓨터 그룹이 만든 코인은 처음에 이름이 ‘한컴토큰(HCT)’이었다. 이 코인이 빗썸에 상장 접수된 것은 2020년 12월이다.
# 한컴토큰과 아로와나 코인
한컴이 코인을 만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한컴토큰이 갖고 있는 금융 플랫폼 성격 때문에 토큰 이코노미가 전면 수정된다. 코인을 바탕으로 하는 금융업을 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컴은 백서를 완전히 새롭게 썼다. 코인 이름도 아로와나로 바꿨다. 빗썸과 한컴은 “상장 신청부터 실제 상장까지 3 개월 이상이 걸렸다”며 특혜성 고속 상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최초 한컴토큰 백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컴토큰 백서와 아로와나 백서는 다르다. 아로와나는 금 거래소를 중심으로 백서가 기술돼 있다. 금을 원석부터 판매까지 디지털화 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빗썸 주장처럼 3 개월 이상 상장 평가를 했다는 말은 최초 백서의 디지털 자산발행 플랫폼과 나중 백서의 금 거래소를 같은 프로젝트로 동일하게 봤다는 뜻이다.
다른 가능성은 빗썸 상장팀이 백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한컴이 만드는 코인이니 동일한 코인이라고 보고 상장 절차를 진행한 것일 수 있다. 어떤 경우이건 부실한 평가다.
전면적으로 수정된 백서가 빗썸에 들어간 날은 2021년 3월 8일이다. 상장 브로커 박진홍이 상장을 신청한다며 보낸 메일이 증거로 남아 있다.(아래 메일 캡춰 사진) 상장 날짜로 4월 15일이 택일 됐다가 최종 상장일이 4월 20일로 바뀌었지만, 신청부터 상장까지 근무 일수로 단 30일이 걸렸다.
블록미디어는 빗썸 상장팀이 두 개의 백서를 같은 프로젝트로 본 것인지, 다른 토큰 이코노미로 판단했지만 어떤 이유로 상장을 빠르게 진행한 것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 오면 향후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 한컴 김상철 회장의 대책회의
빗썸이 두 개의 백서를 부실하게 검증한 것도 문제지만, 빗썸과 아로와나 재단이 체결한 상장 계약서 자체에 의혹이 있다. 버전이 다른 계약서, 또는 이면 계약서가 존재할 가능성이다.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은 아로와나 코인 투자자인 골드유 그룹과 분쟁이 벌어지자 2021년 5월 14일 관련 임직원들을 소집, 직접 대책회의를 열었다. 블록미디어는 당시 대책회의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입수했다.
김 회장은 빗썸, 아로와나 재단, 커스터디 업무를 맡은 헥슬란트, 한컴위드 등 국내외 다른 계열사들과 체결한 십 여 종의 계약서들을 일일이 점검했다.
김 회장 자신은 해당 계약서에 일절 날인하지 않았다. 아로와나 코인과 한컴 그룹 본체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블록미디어가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김 회장은 관련 계약서를 세세하게 검토하고, 승인 표시를 했다.(아래 그림 붉은 원이 김 회장의 사인) 김 회장의 승인이 난 계약서에 대해서만 계열사 대표가 날인을 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박진홍도 참여했다. 박진홍은 지난 6일 국감에서 “코인 상장 이후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증언했으나, 이는 거짓이다. 김 회장이 부른 회의에 참석하고, 사후 조치에도 적극 가담했다. 박진홍은 골드유 그룹에 대한 소송에도 관여했다. 업무 배제됐다던 박진홍이 소송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모순이다.
# 김 회장 “헥슬란트, 문 닫게 만들겠다”
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헥슬란트가 자신들을 ‘배신’하지 못하도록, 커스터디 계약서 상의 비밀 보호 조항을 일일이 열거한다. 김 회장은 헥슬란트가 골드유 측 사람과 만난 것 자체가 계약 위반이라며 “헥슬란트를 문 닫게 만들고,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게 하고, 형사 입건도 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헥슬란트에게 지급하지 않았던 커스터디 비용도 즉각 입금하도록 지시한다. 헥슬란트가 골드유의 요구를 받아들여 아로와나 코인을 출금하는 것을 도와줄까봐 우려한 것. 헥슬란트에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한 셈이다.
# 김 회장, 빗썸과 체결한 ‘굉장히 다른 계약서’ 언급
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빗썸과 아로와나 재단이 체결한 ‘특별한 계약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녹취록의 김 회장 발언을 그대로 옮겨 보자.
“이게 이제 와서 내가 모든 것에 대한 실마리가 풀렸어. 이 빗썸의 계약서는 굉장히 다른 계약서야, 이게. 알았지? 그러니까 여기는 똑같은 내용이야. 재단하고 빗썸코리아 간의 계약서야. 어느 누구의 개입 안 했다고. 이중에 하나가 뭐가 있냐면, 아로와나 재단이 요구하면 무조건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알았어요? 이 내용 때문에 우리가 공문을 보내자는 얘기야.”
김 회장은 재단이 맺은 빗썸과의 계약서에 의거해서 “재단 명의로 투자자인 골드유 관련 계좌의 거래를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자”고 얘기하고 있다.
블록미디어가 입수한 재단과 빗썸의 상장 계약서 원본에는 “재단 요구로 거래를 중단시킨다”는 조항은 없다.(아래 사진) 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관련 계약서들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대책을 지시했다. 따라서 빗썸과 재단이 ‘굉장히 다른 계약서’에 날인했거나, 다른 버전의 상장 계약서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통상의 상장 계약서는 ‘갑’의 위치에 있는 거래소에게 유리한 조항이 더 많다. 그러나 김 회장이 대책회의에서 언급한 계약서에는 “재단이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이 들어있다.
블록미디어는 상장 계약서 원본에 등장하는 빗썸 허백영 대표와 전준성 실장에게 버전이 다른 계약서가 있는지 문의했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허 전 대표와 전 실장은 답을 하지 않았다.
# 두 개의 백서, 두 개의 계약서
빗썸이 아로와나 코인을 상장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상장 절차와는 달랐다. 버전이 다른 백서가 3 개월 간격으로 접수됐지만, 무사 통과됐다. 여기에 버전이 다른 상장 계약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빗썸이 한컴에 왜 이런 특별 대우를 해줬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빗썸을 포함한 우리나라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는 ‘갑’ 중의 ‘갑’이다. 코인 상장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임의로 행사해왔다. 상장을 위해 빗썸 앞에 줄을 선 코인 프로젝트들이 한 둘이 아닐 텐데, 한컴 아로와나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빗썸은 한컴 아로와나를 상장함으로써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지 않았을까?” 그것이 무엇일까?
# 마켓 메이킹과 경제적 공동체
엑스 파일 다음 장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이다.
민병덕 의원은 국감 질문 자료에서 “아로와나 코인은 상장 후 2 개월 동안 7300억 원이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빗썸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MM 활동이 코인 가격을 끌어 올렸고, 동시에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개미들의 돈도 여기에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박진홍은 MM 팀 선정도 주도했다. 한컴 김상철 회장이 직접 주재한 대책회의에서도 MM 계약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박진홍과 빗썸 전준성, 박진홍과 MM 팀은 인맥으로 상호 연결돼 있었다. 빗썸-한컴은 아로와나 코인 상장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봤다. 개인 인맥과 이들이 속한 기업은 ‘경제적 공동체’로서 아로와나 코인 가격의 급등과 거래량 증가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병덕 의원이 국정 감사에서 지적했듯이, 아로와나 코인의 수상한 가격 움직임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특별 감사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전모를 밝혀 낼 수 있다.
민 의원은 “코인 상장 2 시간 전부터 이틀 후까지 활동한 계좌를 열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민 의원이 제시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수사기관과 협의를 해서라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엑스 파일에 들어 있는 아로와나 코인 MM 팀의 실체와 선정 과정은 충격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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