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듯”
#경기침체 우려 커지면 달러강세 지속될 듯
#올해 말 원달러 환율 1500원 넘는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이수정 수습기자 =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재돌파하는 등 연고점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은 물론 12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킹달러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연말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에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등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1428.5원) 보다 6.8원 오른 1435.3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441.4원까지 상단을 높이며 지난달 28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442.2원)을 위협했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시장에서는 예측하기 무섭게 전망치를 뛰어 넘는 환율에 더 이상 상단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 졌다고 입을 모은다. 1500원 돌파는 이미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1990년 환율 변동제 도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두 차례가 유일하다.
1980년대 이후 강 달러 구간은 이번을 포함해 역대 5차례 있었다. 1981~1985년, 1996~2001년, 2008~2009년, 2014~2015년, 2022년 4월 ~현재까지다. 이 기간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중국 위안화 파동 등이 있던 시기다.
최근 1410원대까지 내려가며 상승 흐름이 주춤하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4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지수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데다 1년후 소비자물가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고강도 긴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플레 공포가 지속되면서 미 연준이 11월에 이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표인트 올리는 등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17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11월, 12월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97.4%, 65.3%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각각 76.5%, 29.4% 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11,12월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5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된다. 또 연말 금리도 상단 기준 4.75%가 된다. 내년 1분기 정책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78.4%나 된다. 일 주일 전만해도 5%가 넘어설 것이란 전망은 29.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했던 4.5%를 넘어 4.75%가 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 역전폭도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번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연 3.0%)과 미국(연 3.0~3.25%) 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종전 0.7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축소됐다. 하지만 미 연준이 남은 두 차례 회의에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한국은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폭은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영국발(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 일본 엔화·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7.25위안까지 오르는 등 7.2위안선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7.1~7.2위안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그만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엔화는 148엔을 넘어서며 150엔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며 “물가 목표의 안정적 실현을 위해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장중 달러당 148.88엔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이 148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내년 최종금리가 5%를 넘어서는 등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기 전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도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질 경우 달러강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 연준이 남은 11월, 12월 두 차례의 회의 모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아 달라는 연준의 입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물가가 하락하지 않는 한 달러 강세 압력이 낮아지기 어려운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가 잡힌 이후에도 경기침체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게 되면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며 “우선은 1500원이 1차적인 심리적 저항선이 될 수 있고 내년 상반기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과거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는 패턴이 반복돼 온 만큼 이번에도 그런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고점을 찍은 후 하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 국채 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나오면서 파운드화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 이런 이벤트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당분간 원달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1500원을 상단으로 보고 있고, 그 이후에는 1500원 이상 돌파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미 연준의 경제전망이 나오는 오는 12월 FOMC 전까지는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어 환율 정점은 올해 12월 중순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달러 강세와 유로존 에너지 문제, 영국 길트 금리 불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 등이 맞물리면 달러 강세 흐름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미 연준의 최종금리를 5%로 보고 있는데 만약 현실화 되면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도 20~30bp(1bp=0.01%포인트) 정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달러지수 변동 추이와 비교해 보면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보다 3~4% 정도 더 올라가 1400원대 후반까지는 갈수 있다고 보지만 1500원을 넘어설 것으로는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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