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암호화폐가 세상에 나온 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블록미디어는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인 엘리시아 리서치팀과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가상자산 기술이 실물 자산을 어떻게 토큰화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와 제도적인 문제들을 점검해봤습니다. 오늘은 시리즈 네번째로 실물자산 토큰과 DAO를 다룬 기고입니다. 시리즈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RWA 토큰 시리즈
1. 실물자산 토큰이란 무엇인가?
2. 실물자산 토큰의 과제 : 법/세금, 오라클 이슈, 어떤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가?
3. 실물자산 토큰 시나리오 및 주요 사례
4. RWA 토큰과 DAO
5.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NFT
6.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1)
7.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2)
8.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전통금융시장
9.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EIP
10.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투자자
DAO란 무엇인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탈중앙 자율 조직의 약자입니다. 대표나 이사회 같은 중앙화 조직 없이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공동 목표를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일컫습니다.
DAO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조직의 소유권을 나타내기 위해 주식 대신 토큰을 사용했을 뿐, 본질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특정 중개자 보증 없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점이 기존의 조직과 다릅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설립한 회사의 정관(Article of organization)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야 합니다.
주주총회를 정기적으로 열어야 하며, 임원을 선임해야 하고, 회사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등기부에 기록을 해야 합니다. 자금의 운용에 있어서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하고, 제3자로부터 정기적으로 회계 감사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과정의 진행사항은 공증을 받아서 등기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내부 구성원 간, 그리고 외부(국가, 다른 회사 등)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며 이러한 절차를 지키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등기소, 회계법인, 공증인 등 중개자의 보증이 바탕이 되어야 함으로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기존 조직과의 차이점
DAO도 회사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 절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운영 규칙을 담은 정관이 필요합니다.
DAO의 정관도 조직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요건을 갖춘 자를 조직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인지, 안건 상정과 의결은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조직 자본금은 어떤 과정을 통해 계획 및 집행될 것인지 등등 일반적인 회사의 정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DAO는 위변조 될 수 없는 분산원장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 기존의 조직과 차이가 있습니다. 의결권이나 소유권을 토큰으로 규정하고, 투표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진행하며 조직 운영에 필요한 많은 부분이 블록체인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DAO에서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해당 스마트 컨트랙트에는 많은 정보들을 담아야 합니다.
‘어떤 토큰을 의결권으로 사용할 것인지, 정족수는 얼마인지, 투표의 통과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안건 상정부터 투표 종료까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글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조직 운영에 필요한 규칙이 모두 코드와 알고리즘 형태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포합됩니다.
만약 DAO 자본금이 암호화폐로 구성되어 있다면, 금고 역할을 하는 특정 지갑에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해서 투표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걸어 조직 자금운용 및 회계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집행하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DAO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글로 작성된 조직 운영 규칙을 넘어 이 내용을 코드로 담아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DAO 설립자들은 조직의 설립 목적과 규칙 등 조직이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정관을 알고리즘 형태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담은 후, 퍼블릭 블록체인(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이를 공표(deploy)합니다.
이사회 임명, 투표, 자금 운용 등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많은 의사결정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 모든 행위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에 등기소, 공증 등의 절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3자 보증 없이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이 탄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DAO의 의의는 조직이 운영되기 위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비용을 블록체인으로 해소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운영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이라는 단어로 DAO라는 단어를 대체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탈중앙이나 자율이라는 단어는 조직의 운영 방식에 대한 수식어일뿐, DAO의 본질은 중개자의 보증 없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형태라는 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DAO LLC
여러 DAO 조직이 이더리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며 재빠르게 움직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와이오밍주입니다.
지난해 와이오밍주는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DAO, 즉 스마트 컨트랙트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에 유한책임회사(LLC)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 및 시행했습니다.
유한책임회사란, 회사의 책임과 구성원(주주)의 책임을 분리함으로써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설립한 회사는 독립적인 인격체를 지니게 되며 이를 법인이라고 합니다. 법인은 하나의 인격체로써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지니고(법인세), 법률관계에서 법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즉 회사의 이름으로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책임의 분리를 의미합니다. 회사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기에, 사업에 따른 책임 또한 개인이 아닌 회사가 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업의 실패로 회사가 빚을 지게 되더라도, 회사의 구성원은 본인이 출자한 금액 이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은 채로 파산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한책임만을 묻겠다는 뜻입니다.
DAO를 유한책임회사의 한 형태로 인정한 것은 DAO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법제도 안으로 편입시켜 보다 안전하고 적극적으로 DAO 활용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생각됩니다.
현재는 와이오밍주에 이어 미국의 테네시주도 DAO와 DAO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시행한 바 있으며, 미국의 버몬트주의 경우, DAO라는 용어 대신 Blockchain Based LLC(BBLLC)를 사용하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운영구조를 법제화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미래에는 블록체인을 의사결정도구로 활용하는 조직이 점차 늘어날 것이며, 그 활용 또한 다양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DAO LLC의 필요성
DAO가 유한책임회사로 인정받고 법인격을 가지게 됨으로써, DAO도 계약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근간으로 이루어진 조직이 특정 실물자산을 소유할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DAO가 실물과 연계된 활동을 수행하고자 할 때, 법적 지위가 모호한 탓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DAO의 대표자 또는 자산의 소유주를 누구로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국보 DAO” 입니다.
2022년 1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자금난을 이유로 국보를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커뮤니티의 힘으로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국보를 낙찰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국보DAO”가 설립되었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국보를 낙찰받기 위해 자금을 모집했습니다. 자금이 충분히 모집되지 않아 낙찰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만약 경매에서 낙찰에 성공했다면 낙찰받은 국보가 누구의 소유여야 하냐는 물음이 발생했습니다.
“국보 DAO”에는 대표자도, 낙찰 후 국보를 수령하고 관리할 수탁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법률 체계상 DAO의 법적 지위도 명확하지 않기에 만약 따로 법인을 설립했다면 증여세나 법인세 등의 문제도 발생하게 됐을 것입니다.
결국 취지는 좋았으나, 한국 내 DAO에 대한 제도와 인식이 명확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마주할 뻔 한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와이오밍주의 사례와 같이 DAO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진다면, 구성원들 개인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조직이 제도권 내에서 법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DAO LLC의 이름으로 실물자산을 거래하고 등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은행에서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등, 전통 금융과 한 발 가까운 곳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실험적으로 이용한 사례로 “CityDAO”가 있습니다. CityDAO는 와이오밍주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등록된 DAO로, 해당 법인의 명의로 와이오밍주 북서부에 위치한 16만 제곱미터의 미개발 필지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이 토지의 관리 및 사용 권한을 NFT의 형태로 발행한 바 있습니다. 회사의 정관에 NFT 보유자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기에, NFT 보유자의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활동 이력은 없지만, DAO의 명의로 실물자산을 취득한 첫 사례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DAO LLC의 장점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간단하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DAO LLC의 특성은 소수의 인원이 조직을 이루어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절차를 용이하게 해줍니다.
대표적으로 DAO LLC를 부동산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소액 투자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리츠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공동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부동산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그 절차와 과정이 복잡했습니다.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서류 작업이 동반되며, 합의의 과정 및 결과에 대하여 제3자에 의한 공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리츠의 경우 투자자의 입장에서 수동적인 의사결정만 할 수 있기에 실질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권리 행사와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DAO LLC를 설립하여 활용한다면 취득 및 관리 절차를 단순화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 지분구조가 달라질 때 마다 변경사항을 등기해야 하는 것과 달리, DAO LLC에 대한 권리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명시함으로써 보다 단순한 절차로 부동산 지분구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DAO LLC와 자산 토큰화
더 나아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여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에 토큰화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DAO LLC의 권리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명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큰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큰은 DAO LLC가 취득한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임대료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일 수도 있으며, 취득한 재산을 담보로 한 대출 채권일 수도 있습니다.
비록 발행된 토큰이 증권법 등 규제로 인해 판매 및 양도가 제한될 수 있을지라도 DAO LLC는 발행한 토큰에 대하여 토큰 소유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는 DAO LLC가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DAO는 토큰 보유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한 손해배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스스로 구속력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토큰 보유자는 보유한 토큰이 LLC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권리임을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발행된 토큰화 권리는 블록체인에서 RWA 토큰(Real-World Asset Token)이라는 자산군으로써 디파이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조직구조가 법제화 되기 시작함에 따라 블록체인에서 현실 자산이 활용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2014년 DAO의 개념의 탄생부터 지난 해 DAO가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대한 개념이 제시된 후로 점차 발전하여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따라 RWA 토큰을 완성하기 위한 퍼즐 또한 하나 둘씩 맞춰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블록체인에서 실물자산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조직구조, DAO는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데 법적 정당성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글에서는 RWA 토큰의 형태 중 하나인 NFT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DeFi 등 RWA 토큰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엘리시아(ELYSIA) 리서치팀
엘리시아 리서치팀은 실물자산 토큰화를 주제로 2018년부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엘리시아는 실물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며, 엘리파이는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엘리시아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개발자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한국, 미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현재는 빗썸, 고팍스, MEXC 등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