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장중 149.35엔까지 올라…32년래 최고
#미국과의 금리차 커지면서 엔화 약세 불러와
#이창용 “위안화·엔화 절하로 지난달 원화 약세 커져”
#일본 해외자산 매각시 글로벌 유동성 경색 우려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려졌던 엔화 가치가 연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49엔을 넘어서면서 150엔 붕괴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0엔이 깨질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9.49엔까지 올라갔다. 장중 고가기준으로 1990년 8월 14일(150.4엔) 이후 3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보면 엔화 가치는 29.6%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올 초만해도 달러당 115엔 수준에 머물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 초 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1일 24년 만에 140엔을 돌파했다. 이번 달 들어서도 지난 7일 달러당 145엔을 넘어섰고, 17일에는 149엔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9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거품경제 당시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원·엔 재정환율도 18일 장중 100엔당 955.44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미 연준과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영국의 감세정책 철회 발표로 재정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99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50엔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유로·파운드화와 같이 엔화 초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 연준과의 통화정책 차별화, 일본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탈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22일 엔화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자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상승했으나 이후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 되면서 개입 이전 수준보다 더 떨어지는 등 ‘반짝 효과’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엔저의 근본적 원인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며 “물가 목표의 안정적 실현을 위해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해 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아민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미국과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달러 대비 엔화의 약세 방향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미국과의 물가 차이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어 엔화의 약세 속도는 다소 제어될 수 있고, 현재 레벨에서 엔화 약세 사이클은 중후반부로 변곡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초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되는 점은 엔화 약세가 원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와 함께 움직이는 프록시(동조화) 경향을 보인다. 엔화 가치가 150엔을 넘어서며 더 급락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엔화는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 중 하나로, 달러 강세로 이어져 원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위안화와 엔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9월 들어 원화 환율이 달러 환율보다 더 약세가 됐다”며 “같은 아시아권에 있고 중국 위안화의 대용 통화로도 여겨지고 있어 변동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순채권국인 일본이 유동성 위기를 막기위해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엔화 초약세 현상이 있었던 1990년, 1998년, 2015년의 경우 엔화가 초약세를 보이자 일본의 해외 순자산액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 바 있다. 달러 경색 리스크를보여주는 테드(TED) 스프레드 역시 엔화 약세 국면에서 급등하거나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박상현 연구원은 “유로화, 파운드화 약세도 우려되는 현상이지만 엔화 초약세는 더욱 달갑지 않은데, 무엇보다 엔화 약세 리스크를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유동성 회수 리스크 때문”이라며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일본 정부 혹은 연기금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는 만큼 엔화 초약세로 촉발될 수 있는 글로벌 유동성 경색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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