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영국 총리와 도지사를 어떻게 비교하느냐구요? 그렇긴 합니다. 트러스 총리는 치열한 권력 싸움의 승자였다가 스스로 무너졌구요. 김진태 강원 지사는 ‘가만히 있으면’ 임기는 보장되니까요.
트러스 총리는 44 일만에 물러났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국장 끝나고 내놓은 감세안이 시장을 뒤흔들었고, 이걸 수습하지 못하고 짤렸습니다. 장례만 치른 총리가 됐습니다.
모든 정책은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때가 아니면 실행하면 안되죠. 트러스 총리는 80년 대 대처 전 수상처럼 강한 영국을 만들겠다며 작은 정부, 낮은 세금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더 성장하고, 더 강해지자는 거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죠. 인플레+전쟁+금융불안 등 지정학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니까요. 성장이 아니라 위기 관리 정책이 우선입니다.
경제학과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이치를 트러스 총리는 간과한거죠. 철 지난 ‘공급주의’에 기대어 무리한 감세 정책을 들고 나왔으니 시장이 놀라고, 수습은 안되고, 물러날 수 밖에요.
김진태 강원 지사는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었고, 이번에 도지사가 됐습니다.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에 진행된 테마 파크 레고랜드 사업에서 강원도의 지급보증을 끊었습니다. 규모는 대략 2000억 원 정도.
평소 같으면 문제가 될 규모가 아닙니다. 정치적 경쟁자인 ‘최 지사 지우기’로 그럭저럭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경제적으로도 리스크 있는 사업을 강원도가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을 수도 있죠.
이게 트리거가 됐습니다. “강원도가 부동산 기반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해 부도를 냈다. 다른 PF는 괜찮냐? 부동산 시장도 안 좋은데. 일단 돈 빼.”
우리나라 채권시장, 자금시장, 부동산 시장에서 2000억 원은 큰 돈이 아닙니다. 때가 좋지 않습니다. 나비효과죠.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기업, 카드, 캐피탈 회사들이 단기 자금 시장에서 돈을 못구합니다. 급랭했습니다. 김 지사는 별 생각 없이 부도 하나 낸 건데, 시장에 일파만파입니다.
ABCP, CP, 회사채 등 민간 자금 창구가 얼어붙고, 가산금리가 올라갑니다. 돈 없는 기업들이 은행으로 달려가고, 은행은 담보를 잡고 대출을 줍니다. 은행도 돈이 급하니까 수신 금리를 올립니다. 그것도 안되니까 은행도 채권(은행채)을 찍습니다.
민간 영역의 자금이 갑자기 빠듯해 집니다. 김 지사가 금융시장의 메커니즘을 모르고, ‘정치적으로’ 던진 2000억 짜리 정책이 지금 수 백 조~수 천 조 자금시장을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다시 가동시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채안기금은 2조 원 정도 될 듯합니다. 까짓 2000억 원에 막을 것을 조 단위로 돈을 쓰게 생겼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시장을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눈치라도 있었으면 좋았는데. 경제와 금융을 모르는 정치인은 단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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