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두나무 이석우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칭찬을 들었다. 참 이례적인 일이다.
“이석우 증인은 테라/루나 증인과 참고인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상황에서 두번이나 나와 책임 있게 증언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의 발언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도 “이례적으로 두 번 모셨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관련 증인 중 이 대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정무위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 위원장의 말은 출석 점수를 준다는 표현일 것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씁쓸한 느낌이 든다.
우리 정부는 새로운 산업을 방치하고 있다. 아니 방해하고 있다. 국회는 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업계에서 5년간 종사한 이 대표도 ‘칭찬’에 허탈했을 것이다.
내가 이 대표였다면 “이제는 할 일을 제발 좀 해주세요”라고 읍소했을 것이다.
블록미디어가 최근 보도한 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자.
[국감 : 가상자산] 이석우 두나무 대표 “지금이라도 룰이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10월 6일).
[UDC 2022] “거래소 사업 제약 너무 많고, 프로젝트 지원·투자 더 어려워” — 이석우 대표 토로(9월 22일).
“비트코인 나온 지 13년, 법에는 관련 내용 한 줄 뿐… 규제로 글로벌 진출 못해” 이석우 두나무 대표(9월 29일 암참발언)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들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지난 5년을 보냈다. 투기와 사기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미래 산업으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동안 당국이 해온 일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게” 전부다. 미국, 영국 등은 착착 제도화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기에도 급급한 거래소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운 털이 박힐 수도 있는데 더 이상 참기 힘든 수준까지 온 것이다. 업계를 대표해 용기를 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유능한 인력들이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몰이해와 비난의 눈길을 피해 해외로 나갔다.
미국으로 넘어간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블록미디어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상자산 리딩 국가 될 수 있었다. 규제 이슈로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크립토퀀트는 미국 CME에 암호화폐 데이타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고 정부는 방치하고, 국회는 외면했다. 아니면 몰랐다.
국정 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국회에서 십여건의 법률안이 올라와 있으니 잘 논의해 주시면 보조를 맞추겠다.”
국회를 존중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우리는 못하겠으니 국회에서 해보라는 얘기다. 아무도 야단치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이같이 답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은 이런 식으로 묵살당하고 있다.
거래소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증권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좋은 코인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코인상장을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성장을 위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또 24시간 365일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특성상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들은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국제 거래소들과 경쟁도 할 수 없고, 이제는 좋은 프로젝트를 상장시킬 수도 없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산업의 주축이 손발이 묶여 수수료로 돈을 버는데 급급하고 있는게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국정감사에 나왔다고 칭찬하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다. 업계가 국회에 달려가고 설명하고 의지하게 해야 제 몫을 하는 것이다. 자리를 보존하고 인사가 나서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인 공무원들과 다르다. 국민과 산업의 고충을 듣고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
이번 정무위 국감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활약 등으로 투명한 상장과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정책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더 나가야 한다.
영국의 신임 총리 리시 수낙은 영국을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런 지도자를 가진 영국 사람들이 부럽다. 스테이블코인부터 NFT까지 이 산업을 꿰뚫고 있고 금융과 암호화폐산업의 연결,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의 크립토를 잘 이해하고 있다.
리시 수낙도 영국의 의원이다. 우리나라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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