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암호화폐가 세상에 나온 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블록미디어는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인 엘리시아 리서치팀과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엘리시아와 블록미디어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상자산 기술이 실물 자산을 어떻게 토큰화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와 제도적인 문제들을 점검해봤습니다. 오늘은 시리즈 다섯번째로 실물자산 토큰과 NFT 입니다. 시리즈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RWA 토큰 시리즈
1. 실물자산 토큰이란 무엇인가?
2. 실물자산 토큰의 과제 : 법/세금, 오라클 이슈, 어떤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가?
3. 실물자산 토큰 시나리오 및 주요 사례
4. RWA 토큰과 DAO
5.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NFT
6.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1)
7.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2)
8.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전통금융시장
9.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EIP
10.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투자자
NFT, 그거 어디에 쓰는 건데?
[BAYC 가격 차트, 출처: CoinGecko]
[블록미디어 엘리시아] 2022년 6월 21일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의 선두주자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가격이 10만 달러 미만으로 폭락했습니다. 이는 2022년 4월 거래되던 가격 40만 달러에서 75% 이상 떨어진 가격입니다.
국내 NFT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12월 출시된 메타콩즈는 민팅 당시 20만원 수준이었으나, 두 달만에 3000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후 올 해 7월 바닥가 기준 100만원 미만으로 폭락했습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NFT를 구매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NFT, 그거 어디에 쓰는 건데?” 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질문에 답해봅니다. 먼저, NFT는 소유권의 공개적 증명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미술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이 NFT가 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 그 과정도 같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NFT란?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번역됩니다. 그럼 대체가능한 토큰은 뭘까요?
우리가 흔히 코인이라 부르는 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가상자산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100개의 UNI 토큰이 있다고 한다면, 이 토큰들은 모두 동일한 토큰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UNI 토큰 1개를 남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고 말하며, 이런 토큰들은 1개, 0.1개 이런 식으로 나누어서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NFT는 매 토큰이 다른 데이터를 갖기 때문에 100개의 디지털 아트 NFT가 있다면 그것은 각각 다 다른 그림이 되며, 서로 다른 NFT이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NFT는 ERC721 표준을 따르는데 이는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토큰의 번호인 id, 해당 id에 담긴 데이터의 주소를 저장하는 uri, 그리고 해당 토큰의 소유자 주소를 저장하는 owner입니다. 그래서 NFT란 id로 구분되는 대상의 소유자를 공개적으로 기록해둔 것입니다.
그러므로 NFT에 투자한다는 것은 uri에 담긴 데이터에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NFT는 하나의 규약일 뿐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습니다.
NFT가 가져온 혁신
NFT는 기술 복제의 시대에서 기술에 의한 소유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 에서 과거에는 예술이 희소하여 아우라를 지녔었는데 사진과 영상의 등장으로 원본과 똑같은 복제가 만연해졌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NFT는 복사, 붙여넣기 한 번에 똑같은 이미지 파일을 가질 수 있었던 디지털 아트에 소유권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립토 펑크 1번과 똑같은 이미지를 복사하더라도 사람들은 NFT 컨트랙트의 owner 값을 조회함으로써 그 사람이 실제 소유주가 아님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NFT는 이미지를 저장하는 사람과 이미지의 소유주를 분리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아이템은 특정 회사 데이터베이스에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메신저 이모티콘을 구매하더라도 메신저 회사가 해당 이모티콘을 삭제하면 사용자는 그 소유권을 잃게 됩니다.
반면 NFT로 만들어진 이모티콘은 그 소유권이 영원히 구매자에게 있습니다. 이모티콘이 메신저에서 제거되더라도 해당 NFT의 가치가 떨어질 순 있겠지만, 구매자가 NFT화된 디지털 아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습니다. 이후 다른 메신저 회사에서 해당 이모티콘을 지원해주면 사용이 다시 가능해집니다.
게임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리니지가 서비스 종료 된다면 집행검 아이템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 아이템이 NFT라면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 리니지의 아이템을 연동할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리니지 유저를 유입하려는 신작 게임들도 나올 것입니다.
기술에 의해 예술의 소유가 쉬워지면서 무명작가들은 NFT의 형태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얻고 예술 소장의 주체도 소수 매니아층에서 대중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상(온체인)에서 하나의 이미지는 단 하나의 NFT에 대응됩니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미술품 세계에서 큰 골칫덩이였던 복제품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IPFS라는 분산 저장 기술을 활용합니다. IPFS는 분산환경에서 파일을 안전하고 믿을 수 있게 저장,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NFT 파일의 주소에 IPFS의 저장 위치를 의미하는 CID라고 불리는 hash값을 저장합니다. 파일 내용이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이 값이 변경됩니다.
아무리 유사한 이미지를 가져오더라도 원본에서 생성한 값과 동일한 값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NFT 원본 소유주는 해당 값이 불변하다는 특성을 이용해서, 아주 확실하고 간편하게 원본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NFT 역시 스마트 컨트랙트의 일종이므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티켓을 NFT로 만들면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라 산 사람이 재판매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암표를 비싼 값에 재판매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간 별로 구매가 가능한 NFT 개수를 제한함으로써 매크로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표를 매집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국내 최초로 NFT 기술을 접목한 티켓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단, 개인이 여러 개의 지갑 주소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지갑 주소별 신원 인증을 NFT 발급사 측에서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NFT의 거래 이력은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며, 이는 NFT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보통 NFT 거래는 발행사에서 각 토큰마다 임의로 부여하는 특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곤 합니다. 희귀한 특성을 많이 가질수록 비싼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저스틴 비버는 자신의 생일이 3월 1일이라는 이유로 BAYC#3001을 구매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가 향후 해당 NFT를 판매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스틴 비버가 소유했던 NFT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비싸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비탈릭 부테린이 올 1월 주목하라고 언급한 전송 불가능한 토큰, 즉 SBT(Soulbound Token)이 있습니다. Soulbound 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파생된 용어로서 ‘획득시 귀속’, 즉 한 번 아이템을 얻고 나서는 그 아이템을 다른 유저에게 양도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SBT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토큰으로서 ‘NFT + 신원부여’ 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예전 시험 성적을 찾아보려고 했더니 조회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오류창을 마주한 일이 있을 겁니다. SBT를 이용하여 자격증이 발급된다면 내가 소각시키지 않는 이상 평생 해당 자격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해당 지갑 소유자에 대한 정보가 불변한다는 특성을 이용하면 신용대출에 사용되는 신용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NFT의 유형
NFT가 현재는 주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자산을 다루고 있지만 점점 실체가 있는 실물자산으로도 확장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NFT는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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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실체가 없는 대상을 담는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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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실체가 있지만 등기가 없는 대상을 담는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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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실체가 있고 등기도 필요한 대상을 담는 NFT
[물리적 실체 유무에 따른 NFT 구성, 엘리시아]
먼저, 첫번째 유형의 NFT는 NFT를 소유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콘텐츠를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아트, DAO의 멤버쉽, 유니스왑에 내 자산을 예치했을 때 주는 증표’ 등이 있습니다.
콘서트 디지털 티켓처럼 NFT의 보유가 현실에서의 권리를 보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NFT를 보여주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분야는 현재까지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영역입니다.
두번째 유형의 NFT는 물리적 실체가 있지만 등기가 없는 대상을 담은 NFT입니다. NFT가 물리적 실체가 있는 자산의 소유권을 다루게 되면 현실에서 해당 자산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과 NFT의 소유주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워집니다.
실물 그림과 NFT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 무엇이 진짜일까요? 그래서 영국의 현대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올해 8월 총 1만 점의 작품 구매자들에게 실물 그림과 NFT 둘 중 하나를 택하게 하고 NFT를 택한 사람들의 그림은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올해 10월 17일에 ERC721A를 만든 azuki는 실물의 소유권을 담는 NFT 표준 EIP-5791 PBT(Physical Backed Token)를 제안했습니다.
“scan-to-own” 을 슬로건으로, 스케이트 보드에 붙은 칩을 스캔하면 서명이 만들어지고 온체인에서 소유권을 이전할 때 이 서명을 같이 넣어줘야 하게끔 구성했습니다. 기존 NFT에서 사용하던 ERC721의 transfer 함수는 막아둠으로써 실물을 소유한 사람만이 자신을 NFT의 소유주로 지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팔기 전에 서명을 미리 만들어 뒀다가 물건을 주고 나서 그 서명을 이용해 소유권을 빼앗아오면 어쩌나?’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PBT에서는 서명의 대상이 되는 메세지에 최신 blockhash를 넣습니다. 나중에 서명을 검증할 때 허용 기간 이전에 만들어진 블록의 hash이면 소유권 이전에 사용될 수 없게 막아 놓은 것입니다.
이로 인해 거래 당사자가 만나 교환할 때 물건을 받은 뒤 서명 허용 시간을 기다렸다 돈을 지불한다면 판매자가 이전에 만들어 둔 서명을 사용할 우려를 없앨 수 있습니다.
마지막 유형은 실물 자산 NFT 중에서도 이미 법적으로 소유주가 추적되는 자산을 다루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소유주는 등기 제도에 의해 추적됩니다.
따라서 NFT로 부동산 소유권을 보장하려면 NFT가 판매될 때마다 등기 이전을 해야하는데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NFT의 특성상 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엘리시아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DAO가 유한책임회사(LLC)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활용했습니다.
DAO LLC가 부동산을 소유하여 법적 등기는 DAO LLC로 고정시키고, 이 DAO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담은 토큰을 발행하여 해당 토큰 보유자들이 DAO LLC의 정관에 의해 부동산의 소유를 보장받게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AO’를 참고해주세요.
만약 부동산, 차와 같이 등기가 필요한 자산들이 NFT가 된다면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 이더리움 가스비 정도로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근저당권 같은 모든 데이터가 온체인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700원 주고 뗄 필요가 없어집니다. 내가 계약한 집의 담보 대출 정보가 바뀌면 알람을 준다든가 아파트 단지별 부채 비율을 비교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데이터를 활용한 편의 기능이 대거 등장하리라 기대합니다.
ERC-721 표준이 가져온 변화
NFT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있는 규약이라는 점입니다. ERC-721이라는 표준을 지킨다면 기존에 상품의 대부분이 디지털 아트인 NFT 거래소에서 나중에는 게임 아이템, 부동산 등 다양한 종류의 NFT를 거래할 것입니다. 디지털 아트를 거래하던 오픈씨에서 올 해 10월 15일 Roofstock에서 만든 부동산 NFT가 $175,000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NFT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NFT 담보 대출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BendDAO가 있는데, 여기서 올해 8월 19일 BAYC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BAYC#533에 대한 담보 대출이 처음으로 청산되었습니다.
기존 디파이들은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코인을 사는 방식으로 담보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여기서 생긴 추가 대출 여력을 이용해 다시 대출을 받아 코인을 사는 순환 고리를 그렸습니다.
이것이 반대로 작동한 것이 루나 사태로 촉발된 올 해 5월의 디파이 연쇄 청산이었습니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여 담보 자산의 청산 압박이 들어오면서 코인을 강제로 팔게 되고 다시 담보 비율이 하락하니 코인을 재차 팔게 된 것입니다.
이후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의 가치와 연동된 NFT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NFT는 그것이 담고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ERC-721이란 동일한 표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림 NFT를 담보 대출했던 플랫폼에서 부동산 NFT 담보 대출도 가능해집니다.
{채권 NFT가 Opensea에서 거래되는 모습, 출처: Opensea]
이 글을 마치며
비트코인하면 마약 거래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NFT하면 대부분 그림을 말합니다. NFT는 복제가 너무 쉬워 나만의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아트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혁신을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혁신은 실물자산 NFT에 있습니다. 실물 자산 NFT는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자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NF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리고 NFT가 실물자산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DeFi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및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엘리시아(ELYSIA) 리서치팀
엘리시아 리서치팀은 실물자산 토큰화를 주제로 2018년부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엘리시아는 실물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며, 엘리파이는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엘리시아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개발자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한국, 미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현재는 빗썸, 고팍스, MEXC 등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