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 이어 메타 실적도 ‘기대 이하’
경기 침체 신호 나오자 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 부상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 경고음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초단기 금리인 미국 3개월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넘어선 이후 차이를 벌리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시간 기준 4.027%로 10년물 금리 4.007%를 넘어섰다. 지난 24일과 25일 장중에도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됐었다.
10년물 금리는 21일 4.32%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장중 3.995%까지 내려가면서 4%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 반해 3개월물 금리는 지난해 말 0.05%에서 현재 4% 이상 치솟으면서 상승했다.
채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넘어서는 것을 경기 침체 신호로 보고 있다. 그만큼 향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지난 7월 2년물 금리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6개월물 금리와 1년물 금리도 이후 10년물 금리를 넘어섰는데, 초단기 금리인 3개월물도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3개월물과 10개월물이 역전한 이후 6개월에서 15개월 이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인 아우투로 에스트레야는 “1960년대 후반 이후 3개월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6∼15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를 가르는 완벽한 공식”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MS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한 이후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구글은 유튜브 광고 수입이 감소하면서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MS는 시장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요 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이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메타는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메타의 3분기 순이익은 44억달러(약 6조23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2억달러(약 13조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다.
메타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애플의 개인정보정책 강화했기 때문이다. 메타의 주 수입원은 온라인 광고인데 애플의 정책으로 인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미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이날 방위 사업 부진으로 인해 3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심한 33억달러(약 4조65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과 자율주행 투자 손실 등으로 3분기 적자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신호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YT는 이날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향후 1년 이내에 경제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준이 현재 침체된 경제를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오는 11월 1~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2%를 기록했는데,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다시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금리전략가는 “금리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제한적인 수준까지 도달해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셰로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은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연준 의장의 일이긴 하지만 동시에 완전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연준 의장의 또 다른 책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과잉 긴축에 따른 실업 증가는 근로자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운 의원의 서한 외에도 민주당 내에서 파월 의장을 향한 정치적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이 위험한 인물이라며 최근 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우려했다. 조 맨친 상원 의원도 지난해 인플레이션 상승 초기에 연준이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없이는 완전 고용을 달성할 방법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정치적 압박이) 연준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준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0.75%포인트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급격한 금리인상의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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