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 분석
#경제학자 59% “우리나라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 0%대 성장…무역수지 7개월 연속 적자
#피치 내년 한국 성장률 1.9% 전망…IMF는 2.0%
#전문가 “공급망 문제 우려…수출·내수 어려울 것”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는 가운데 내년 우리 경제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5%대 고물가 흐름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마저 본격화되면서 고물가·저성장 늪에 갇히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4일 세미나를 열고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고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 단계”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팽창적 재정·통화정책을 오랜 시간 지속하면서 경기부양 정책의 정상화가 지연됐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겹치면서 초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는 지적이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7월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3명(59.0%)이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거나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본 것이다.
실제 우리 경제지표에서도 경기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인 0.1%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1분기 0.6%, 2분기 0.7%에 이어 3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특히 우리 경제가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돼준 수출 기여도가 -1.8%포인트(p)로 나타나는 등 우리 경제 성장을 갉아먹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49억5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을 높였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338억43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킹달러’ 현상도 국내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5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444.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기업체감 경기를 뜻하는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년 8개월 만에 최악으로 악화했고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3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됐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수출 부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 전망도 어둡게 점쳐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나라가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2.1%)에 4월 전망치(2.9%)보다 0.8%p나 낮춘 데 이어 이번 전망에서도 0.1%p를 추가로 내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보다 낮은 1.9%로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한국은행(2.1%), 국회예산정책처(2.1%) 등도 2%대 초반에 머무를 것이라고 봤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 5%대에 머무는 등 고(高)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지속되는데 내년을 기점으로 경기 침체 현상이 두드러질 거라는 의미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 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장기 불황에 빠질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가 폭증한 상황에서 가파르게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계층 양극화도 심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맞춰 경기가 더 안 좋아지거나 반대로 경기 대응에 정책적 노력을 쏟아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면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경제가 어렵겠지만 경제 위기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상반기까지 수출이 어렵고 내수도 고금리 때문에 기업이 소비나 투자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진단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보다는 내년에 우리 경제가 더 둔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경제 전문가 입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용어는 조금 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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