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9곳, 소형사 ABCP 매입 논의
후순위 비중 많은 소형사 위험 전이 우려
“최악 상황에 대한 우려는 완화된 게 사실”
“배임 소지나 시장 논리 왜곡” 비판도 여전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위기가 단기조달시장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후순위 비중이 커 신용위험이 다른 시장참여자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증권업계는 대형 증권사가 갹출하는 방식으로 중소형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유동화증권은 지난 18일 이후 월말까지 6조2000억원이 차환 발행돼야 한다. 증권사 매입보장약정 유형을 합하면 같은 기간 6조7000억원의 단기유동화증권이 차환 발행 대상이다.
증권사는 단기조달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2015년 증권사의 콜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되면서 단기자금 조달을 콜차입에서 환매조건부채권 매도나 단기조달증권으로 전환했고, 다양한 만기의 단기조달증권 발행으로 탄력적인 자금조달에 나서는 게 특징이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1실장은 “유동화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발행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각 거래참가자의 신용 위험으로 전이되는 현상”이라며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 신용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실장은 “특히 올해 10월, 11월 차환 발행 물량이 집중돼 있으며 현재 차환 발행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는 현상은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주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직후까지만 해도 잇따라 공사채 유찰이 발생하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 자금 경색을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 관련 강원도가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2050억원을 전부 상환하겠다고 밝힌 데다, 한국은행이 42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추가 조치에 나서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는 불안정한 상태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27일 기준 1.366%포인트 벌어졌다. 지난 2009년 8월6일(1.37%포인트)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걸 의미한다.
증권업계는 자체적으로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국내 9개 증권사 사장단은 지난 27일 긴급회의를 열고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 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장 안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기 위한 세부 실행방안, 지원 규모를 조율 중이다. 다만 주주이익에 반하는 배임 여지, 시장 논리 왜곡 등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권업종은 부동산PF 대출과 ABCP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채권안정펀드에 증권사 기업어음(CP)이 포함됐고 대형 증권사 출자로 제2채안펀드 조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정부의 유동성 대응이 시작됐다고 판단된다. 리스크 완전한 해소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는 일부 완화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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