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스페인의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V2에 상장된 2만7,000종에 달하는 토큰 중 97.7%가 러그풀(Rug pull) 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와 해외 커뮤니티가 시끄럽다.
암호화폐 발행은 매우 간단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미 발행된 다른 토큰의 스마트계약을 ‘복사’하고 이를 메인넷에 올린 다음,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거래 플랫폼과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사기꾼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그러다보니 암호화폐 업계에 발생하고 있는 빈번한 사기극이 학술 연구의 새로운 분야가 될 정도라고 블록템포는 최근 보도했다.
# 유니스왑 V2에 상장된 토큰 97.7%가 러그풀이라고?
‘러그풀로 나를 공격하지 마라(DO NOT RUG ON ME : ZERO-DIMENSIONAL SCAM DETECTION)’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스페인 폼페우파브라 대학의 브루노 마조라(Bruno Mazorra), 바네사 다자(Vanessa Daza)와 바르셀로나 대학의 빅토르 아단(Victor Adan) 등 3인이 공동 연구한 것이다.
논문은 올해 1월 발표됐지만 일반에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 10월 31일 팩토리다오(Factory DAO) 설립자 닉 알몬드(Nike Almond)가 SNS에 공유함으로써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연구원은 인푸라(Infura) 노드 아카이브와 이더스캔(Etherscan) API를 사용해 지난 2020년 4월 5일부터 2021년 9월 3일까지 유니스왑 V2에 나열된 모든 토큰에 대한 거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한 거래 데이터 분석과 수동 분석을 병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방법은 이미 먹튀를 한 토큰 유형을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러그풀을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의심되는 토큰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유니스왑에 상장된 약 2만7,000개의 토큰을 분석한 결과, 단지 631개만이 ‘악의가 없는’ 토큰으로 조사됐고, 나머지 97.7%의 상장 토큰이 이미 러그풀을 했거나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 연구가 잘못됐나? 러그풀은 탈중앙화의 필연적 댓가인가?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반격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디지털 자산개발협회 아단(L’Adan)의 디파이 부문 부위원장 마크 젤러(Mark Zeller)는 “오래 전 우리나라(프랑스)가 1유로의 초저자본으로 기업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했을 때 사람들은 ‘바보와 사기꾼도 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고 그건 사실이었지만, 또 다른 진실은 일부 1유로 짜리 기업이 유니콘이 되었다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연구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스라엘 투자회사 스텔시 뉴벤처(Stealthy new venture) 창업자인 마야 제하비는 연구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유니스왑에 올라와 있는 2만7,000개의 토큰들의 유동성이나 거래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건 마치 트위터 계정의 97%가 가짜지만, 지난 1년 동안 그 계정들은 활성 상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디파이 펄스(DeFi Pulse) 공동 설립자인 스캇 루이스(Scott Lewis)도 댓글을 통해 “그렇지 않다. 유니스왑에 있는 토큰 대부분은 낮은 노력/낮은 수익의 피싱 스타일 스캠들로, (정상적으로) 발행된 토큰처럼 보이려 할 뿐”이라면서 “사기꾼은 수 천 개의 토큰을 쉽게 발행할 수 있지만 러그풀은 ‘출구 사기(exit scam)’다. 유니스왑의 토큰 97.7%는 그렇지 않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블록템포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베이징 우전(郵電)대학 연구팀이 이에 앞서 유니스왑 V2상의 토큰을 대상으로 러그풀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는 이번 연구와는 다른 방식의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 사용됐는데 그 결과 약 50%의 토큰이 사기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과연 러그풀은 탈중앙화 거래에 따르는 필연적인 댓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