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FTX의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인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은 10일 파트너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FTX의 투자 가치를 $0으로 표시했다”고 밝혔다. 전액 손실 처리한 것.
세콰이어 캐피털은 운용 중인 사모펀드 ‘글로벌 성장펀드III’에 FTX.com과 FTX US 투자 계정을 넣어두고 있다. 서한에 따르면 세콰이어가 이 펀드를 통해 FTX에 투자한 금액은 1억 5000만 달러이고, 이는 해당 펀드 약정 자본의 3% 미만으로 알려졌다.
세콰이어측은 “1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은 해당 펀드의 실현(58억 달러) 및 미실현 이익(17억 달러) 총 75억 달러에서 상쇄되므로 펀드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세콰이어는 산하 SCGE 펀드, L. P.에서 FTX.com과 FTX US에 63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는 SCGE 펀드의 2022년 9월 30일 포트폴리오(공정 가치 기준)의 1% 미만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이번 손실은 세콰이어 캐피털의 5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 2021년 투자 당시 FTX 평가 가치 ‘고공 행진’… SEC 조사 대비 “빠른 손절”
세콰이어가 2021년 7월 FTX의 시리즈 B 라운드에 투자했을 때 FTX의 평가 가치는 180억 달러로 이미 고공행진 중이었다. 두 달 뒤 FTX의 평가 가치는 250억 달러로 치솟았다.
4억 달러를 모금하는 올해 1월 시리즈 C 라운드에는 총 20억 달러가 몰려 들었다. 이 때 FTX의 평가 가치는 32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테크크런치는 “세콰이어가 투자를 (0으로) 상각키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랙록, 타이거 글로벌, 인사이트 파트너스와 패러다임을 포함한 FTX의 다른 투자자들도 동일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소통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FTX가 이미 파산한 것도 아닌데 세콰이어가 이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FTX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명백한 신호’라고 테크크런치는 분석했다. ‘빠른 손절’을 택함으로써 더 이상 세콰이어와 연결 짓는 구설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처세라는 것.
캐나타 온타리오의 교직원 연금이 FTX에 투자한 자금 전부를 허공에 날릴 상황에서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히 환부를 도려내는 선택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누구도 FTX와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FTX의 설립자이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최대 80억 달러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세콰이어 캐피털조차 FTX를 손절한 마당에 그 누구도 FTX의 후원자로 등판할 시나리오는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샘 뱅크먼의 암호화폐 왕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다.
FTX가 구제받지 못하면 이용자들이 투자한 수 십 억 달러도 연기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규제 기관의 신속한 개입으로 일부라도 돌려받는 게 나을지 모른다.
세콰이어는 장부상 FTX의 투자 가치를 ‘0’으로 표시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드라마의 최종회일지, 아니면 대규모 손실을 되찾으려는 2차적 조치를 별도로 취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한편 세콰이어는 운용 자산 규모 8조 원의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로 쿠팡, 마켓컬리, 토스 등 국내 기업에도 투자했다.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