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마감
“1200원대도 예상되지만 반등할 것”
[서울=뉴시스] 남정현 김래현 기자 =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특히 9일 오후 미국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8개월 만에 7%대로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10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긴축 기조 완화 예상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 기대감에 위안화 약세까지 진정되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고점을 찍은 뒤 이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7.5원)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전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0.0원 내린 1347.5원에 출발했다. 장중 오후 2시30분께 전 거래일 대비 53.7원 급락해 1328.8원까지 떨어졌다. 하루 변동 폭 기준으론 2009년 4월30일(58.7원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이는 9일 미국 노동부가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예상(블룸버그 집계, 7.5%)을 크게 하회, 시장이 다음달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을 더 높게 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 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자 10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2.46%포인트나 급락한 107.743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는 달러인덱스가 2009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전날 시장 흐름에 대해 “장 초반엔 미 CPI 여파가 이어지는 수준이었는데 11시 넘어 추경호 부총리께서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관 투자자 화니치 비율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외환시장에 임팩트가 있었고 2시 반에 중국이 코로나 격리나 비행 금지 조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하면서 그때 또 환율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안에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전날 낙폭이 워낙 가팔라서 추가적으로 가는 덴 조금 숨고르기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변동성이 있긴 하겠지만 연말까지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추세적으로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말 전 다시 환율이 다시 반등힐 수 있다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단 이 급락세가 지속되기보단 다음주엔 조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 게 아니고 속도 조절인데 아직 금리 인상까진 갈 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경기 침체나 신용 위험은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신용 시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게 환율이 내리고 주가가 반등한다고 해도 금리 수준이 더 높아지는 과정에서 신용시장의 스트레스는 아직 확대될 여지가 높기 때문에 달러화의 대세 하락을 얘기하기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7.7%이라는 건 여전히 낮은 수준은 아닌 것이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감속시킬 여지가 있지만 인상을 또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전날 시장이 너무 흥분해 환율이 많이 빠진 느낌이라 과한 면이 있었던 만큼 반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미 CPI 결과에 따라 당장 한·미 기준금리 인상 폭과 인상 속도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엔 이견이 없었다. 연방기금금리(미국의 기준금리) 선물은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연준이 12월 FOMC에서 빅스텝할 확률을 85.4%로 반영했다. 이 수치는 하루 전만 해도 56.8%에 머물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11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 0.25% 인상을 다들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분위기일 것 같다”며 “3.50% 정도에서 기준금리가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과 한국경제학회(KEA) 공동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인플레와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미 금리 인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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