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종금리 3.5~3.75% 예상
10월 정기예금 한 달 새 56조 급증…올해 들어 187조가 예금으로 몰려
수시입출식 예금 등 올해 97조 빠져…주식서 돈 빼 예금으로 ‘역머니무브’
수신금리 3% 9년 8개월 만에 돌파…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5% 돌파
10억 이상 고액 예금 789조…사상최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대거 몰리는 ‘역(逆)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시입출식 예금과 요구불 예금 등 단기 대기성 예금과 가계대출은 줄고 있다. 한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3.5~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역머니무브’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정기예금은 전월대비 56조2000억원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정기예금은 올해 들어서만 187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예금에서 23조원, 요구불요금에서 21조1000억원이 줄어드는 등 단기성 예금에서 44조2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으로, 금리가 0.1% 수준에 그쳐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하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은 올해 1~10월 96조8000억원 빠져나갔다.
금리인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대기성 자금에 넣어두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쪽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투자와 소비에 나서는 대신 은행에 돈을 묶어 두고 있다.
수신금리도 오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대비 0.4%포인트 오른 3.38%로 집계됐다. 2013년 1월(3.0%) 이후 9년 8개월 만에 3%를 돌파했다. 또 2012년 7월(3.43%)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기예금 금리도 0.44%포인트 상승한 3.35%를 나타내 2013년 1월(3.0%) 이후 9년 8개월 만에 3%를 돌파했다. 2012년 7월(3.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이 이자율을 잇따라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5%를 넘어 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전일 우대금리 포함 1년 만기 기준 최대 5.01%의 이자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금리는 5.0%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4.98%,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II’는 4.9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4.85% 수준으로 올라왔다.
돈이 은행에 몰리면서 정기예금 계좌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개설된 정기예금과 적금 계좌 규모는 총 1347만5989개에 이른다.
10억 이상 고액 예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2.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716조2350억원)와 비교하면 71조6800억원(10.0%)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저축성예금 가운데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의 잔액은 72조64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었고,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0조341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6.9% 증가했다. 계좌 수 기준으로 봐도 올 6월 말 기준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 수는 9만4000 계좌로 1년 전(8만4000 계좌) 보다 11.9%나 급증했다. 지난해 말(8만9000 계좌)과 비교해도 5.6% 늘었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줄어 들고 있다.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6000억원 감소한 1058조8000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상승에, 당국의 대출규제까지 이어지면서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10월 1조8000억원 줄었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져 이 같은 ‘역머니무브’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최소 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도 내년 최종금리가 연 3.5~3.75%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3%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올려 연말 3.25%가 된 후 내년 1~2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 상승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을 빼내 정기예적금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 머니 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