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포브스는 지난 18일 “캐롤라인 여왕 : FTX 붕괴 뒤에 숨겨진 ‘거짓 자선의 괴짜 소녀'”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 CEO였던 캐롤라인 앨리슨(Caroline Ellison)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앨리슨은 한때 FTX의 전 CEO 샘 뱅크만 프리드의 여자친구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다음은 주요 내용.
# 해리 포터와 수학을 좋아했던 괴짜 소녀
알라메다 리서치 CEO 캐롤라인 엘리슨은 해리 포터를 사랑하는 수학 천재이자, 비주류 정치 철학에 빠져 있으면서 큰 위험도 감수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녀는 샘 뱅크만-프리드(Sam Bankman-Fried)의 FTX 붕괴에서 중요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일 FTX 대변인은 ” FTX가 이미 캐롤라인 엘리슨, 게리 왕, 니샤드 싱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2021년, 엘리슨은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의 대답은 짧고 진지했다.
“나는 그녀에게 위험을 덜 회피하고 자신을 더 믿으라고 말할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보도되지 않았던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30세 이하 부자 30인’에 선정됐고 관련 질문지에 위와 같이 썼다.
1년 후, 그녀의 말은 최근 발생한 금융재앙 중 하나의 ‘묘비문’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 재난은 엘리슨 자신이 주도했다. 엘리슨이 이끌었던 알라메다는 FTX 비즈니스 구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지난 주, 한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320억 달러의 위험한 베팅과 가치없는 토큰 더미 속에서 무너졌다.
FTX의 변호를 맡은 前 앤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자신의 경력에서 본 가장 큰 ‘기업 통제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리고 엘리슨이 이끌었던 알라메다는 그런 건축물 중 하나였다.
알라메다는 FTX 고객 예치금을 사용해 투기적인 투자를 했고 고객 몰래 전용한 금액은 수 십억 달러에 달한다. 알라메다는 이 사실을 은폐했다. 왜냐하면 FTX에서 거래되는 자산이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우회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파산 신청 서류에는 100만 명 이상의 채권자가 FTX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 경영진에게 3건의 개인 대출을 제공했고 SBF에게는 10억 달러를 빌려줬다고 나온다.
또한 FTX CEO 샘 뱅크만 프리드가 알라메다의 지분 90%를 소유했지만 FTX와 알라메다 두 회사가 모두 무너졌을 때 알라메다의 방향타를 쥔 것은 엘리슨이었다.
엘리슨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거의 없지만 그녀를 아는 8명의 사람들과 인터뷰했고 작년 10월 그녀가 포브스와 인터뷰했지만 아직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조용한 수학 괴짜의 이미지와 FTX가 파산할 때까지 그녀가 암호화폐 분야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지난 몇 년간 엘리슨은 ‘돈 중독자’ SBF의 금융 축제에 진심으로 참여했고, 그녀는 헛소리와 속임수와 절망으로 구성된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캐롤라인 엘리슨은 스타 학생이었다. 10년전 스탠포드 대학에서 엘리슨에게 수학을 가르쳤던 루스 아커먼(Ruth Ackerman) 교수는 그녀가 똑똑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수학에 재능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커먼 교수는 엘리슨이 10여년 만의 최대 사기 사건 중 하나에 연루됐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녀가 암호화폐의 가장 거대한 붕괴의 중심에 서기 전에 엘리슨은 스타 학생이었다. 그녀는 해리포터 광팬이었다. 그녀는 캠프 카운슬러이기도 했다. 그녀는 라이브 액션 롤 플레잉의 작가였다.
#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 SBF와의 만남이 알라메다 참여 계기
FTX 파산의 비극이 점점 더 주목받고 미국 SEC와 법무부를 포함한 여러 미국 기관이 조사를 시작함에 따라 엘리슨의 모험적인 성격은 재난적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그녀는 지난 5월 팟캐스트에서 “위험에 익숙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매우 똑똑하지만, 혼란한 거래 세계, 특히 암호화폐 분야에는 능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초창기 알라메다에 근무했던 직원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그들의 목표는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모험적이지 않은 세상에 살지 않았다.”
2018년 3월, 캐롤라인 엘리슨이 퀀트 트레이딩 업체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Jane Street)’에서 일하던 중, 전 동료 한 명이 그녀를 찾아와 인생을 바꿀 제안을 던졌다.
캘리포니아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SBF는 그녀에게 자신이 맡고 있는 암호화폐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로 들어오라고 권했다. 당시 알라메다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여러 나라에서 차익 거래를 하고 있었다. (SBF는 한국의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F는 그것이 완벽한 아비트리지라고 말했다.
엘리슨은 2021년 10월 보도되지 않은 인터뷰에서 포브스에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때 매우 흥분했지만 나는 제인 스트리트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이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슨은 익숙한 곳을 떠나 암호화폐 분야로 들어갔다.
# 샘 뱅크만, FTX에 공들이면서 엘리슨을 알라메다 공동 대표로
알라메다와 FTX의 선장은 SBF였다. 그는 알라메다를 2년간 운영한 뒤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했다. SBF가 알라메다를 떠나기로 결정한 뒤 그는 모든 관심을 FTX에 쏟았다. 엘리슨은 알라메다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이 되었다.
FTX의 파산은 업계 여러 회사들도 위기로 몰았다. 대부분의 매체가 수 년에 걸친 SBF의 부정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범위가 확대되면서 캐롤라인 엘리슨은 남성 지배적인 산업에 보기 드문 여성 지도자로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간 엘리슨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알라메다 몰락의 주범으로 그녀를 지목했다. 그러나 뼈아픈 비판에도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엘리슨의 한 지지자는 포브스에 엘리슨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과학자 커티스 야르빈이 만든 P2P 플랫폼 어빗(uRBIT)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엘리슨을 희생양으로 보고 샘 트래버코 전 공동대표야말로 알라메다 내부 붕괴의 배후라고 주장한다. 트래버코는 포브스의 의견 요청을 거절했다.
# 그녀의 부모는 MIT 경제학장과 경제학과 강사
캐롤라인 엘리슨의 아버지 글렌 엘리슨은 현재 MIT 경제학장이고, 어머니 사라 피셔 엘리슨은 같은 대학 경제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다. 그녀는 보스턴 외곽의 가정에서 숫자와 친숙한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다른 아이들이 레고 블록을 가지고 놀 때, 그녀는 중학교 이전부터 베이즈(Bayesian) 통계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베이즈 통계학은 하나의 사건에서의 믿음의 정도를 확률로 나타내는 베이즈 확률론에 기반한 통계학 이론이다
어느 해 그녀는 아버지에게 생일 카드를 쓰는 대신 영화 ‘토이저러스’에 등장하는 동물 가격에 대한 경제적 연구를 제안했다. 엘리슨은 앞선 인터뷰에서 “우리는 확실히 경제학에 많이 노출되었었다”고 회상했다.
타고난 수학자인 캐롤라인 엘리슨에게 고등학교는 실험실이었고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이 모이는 전국 대회인 소녀를 위한 수학상(the Math Prize for Girls)대회에 여러번 참가했다.
그러나 그녀의 관심은 수학을 뛰어넘었고 고학년 시절에는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도 우수상을 차지했다. 그녀는 책을 좋아했는데, 부모가 그녀가 세 살 때 첫번째 해리포터를 읽어줬고 다섯 살 때는 제2권을 혼자 읽었다고 한다.
엘리슨이 2012년 수학 전공으로 스탠포드에 진학했을 때 그녀의 직업적 야망이 구체화되고 있었고 대학에 적응하는 동안 그녀는 텀블러에 자신의 일상적 생각을 올렸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가까운 동료가 그녀의 것임을 확인해준 월드옵티마이제이션(WorldOptimization)이라는 블로그에는 “(여성의) 성 혁명은 실수였다. 여성은 커리어를 쌓는 것 보다는 주부가 되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믿었다”고 썼다.
그녀는 또한 인종에 대해서도 숙고했는데, 한 게시물에는 실리콘 밸리에서 차별의 원천이 된 인도인은 출신 지방과 카스트 제도에 따라 “유전적인 차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작년 포브스가 그녀에게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게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 특히 세무?”라고 말했다.
# ‘효과적 이타주의’라는 철학적 공통점, 실제로는 거짓된 삶
샘 뱅크만 프리드(SBF)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는 사고방식을 배웠다.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한 이 운동은 사람들이 최대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신의 노력을 극대화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에반젤리스트인 윌 맥어스킬(Will MacAskill)을 포함한 일단의 철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SBF는 자신이 번 돈으로 좋은 일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다짐했고, 이후 FTX 퓨처펀드의 자선단체에 가입하기도 했다. 스탠포드 재학 시절 엘리슨은 교내의 효과적 이타주의 클럽에 가입해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 체계 없는 스타트업에 합류, 3년만에 공동대표로
스탠포드를 졸업한 후 엘리슨은 제인 스트리트의 트레이더가 되었고 그곳에서 SBF를 만났다. 그들은 ‘효과적인 이타주의’에 대한 관심 때문에 서로 알게 됐다.
2018년 SBF의 설득으로 알라메다로 회사를 옮긴 엘리슨은 복잡하고 체계 없는 스타트업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리슨은 포브스에 “우리는 정말 스스로 무얼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거기서 SBF의 절친 니샤드 싱(Nishad Singh), 게리 왕(Gary Wang)을 만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샘 트래버코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SBF와 함께 경영을 맡게 된다. 그들은 또한 효과적 이타주의라는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다.
2018년 말 SBF는 본사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홍콩으로 이전했다. 초창기 근무한 직원에 따르면 SBF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유리한 규제 환경과 바이낸스(Binance)와 크립토닷컴(Crypto.com) 등의 회사가 이곳에 있다는 점에서 홍콩이 알라메다의 확실한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이들은 홍콩 전역에 6개의 공유 오피스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SBF의 다음 단계는 이미 가동되고 있었다. 바이낸스의 초기 투자금으로 그는 2019년 FTX를 설립했다. 엘리슨은 알라메다에 합류한 뒤 빠르게 암호화폐 영역의 선수로 성장했다. 두각을 나타낸 엘리슨은 2021년 여름 트래버코와 공동대표가 되었다. 하루 거래액은 약 50억 달러에 달했고 이 역할을 통해 엘리슨은 업계 최전선에 서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슨과 트라버코는 포브스 30세 이하 부호 30인 명단에 올랐다. 그녀는 당시 인터뷰에서 “모든 일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엘리슨, 2022년 5월
지난 2주 동안 엘리슨과 SBF의 관계에 대해 엇갈린 보도가 나왔지만 SBF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확인했다. 코인데스크의 보도에 따르면 캐롤라인은 SBF와 여러 차례 데이트를 했고 두 사람은 룸메이트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까웠던 사이였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다.
몇 년 전 엘리슨은 텀블러(Tumblr)에 다음과 같이 썼다.
“열린 관계를 모색한 결과, 모든 사람은 파트너에 대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보다 높은 곳에서는 악랄한 권력투쟁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진들의 관계가 모호한 것처럼 알라메다와 FTX의 관계 역시 불투명했으며 FTX의 문제는 곧바로 알라메다의 위기가 되었다.
# “다른 길 선택했다면 지금같은 좋은 결과 없었을 것”
SBF는 세콰이어 캐피털, NEA,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을 투자자로 유치했으며 고객 예금이 급증하면서 FTX의 사용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투자자들조차 때때로 알라메다의 역할에 대해 잘 몰랐다.
FTX에 일하면서 알라메다와 업무상 왕래했던 직원에 따르면, 알라메다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엘리슨도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알라메다로부터 자금을 받은 한 프로젝트 공동대표는 포브스에 “알라메다와 투자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상호 작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엘리슨은 막후에 남아 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4월 트래버코가 공동 CEO에서 물러났고 엘리슨은 알라메다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되었다. 8월에서야 사임을 공개한 트라버코는 “공동 CEO 역할은 피곤한 일”이라고 말했고 “최근에는 전혀 일하지 않았다”는 트윗을 올렸다. SBF 보다 1년 늦게 MIT를 졸업한 그는 사스퀘하나(Sasquehana)라는 곳에서 트레이더로 일했었다. 그는 “지난 몇 개월간 내 역할이 대폭 줄었다”고도 언급했다.
몇 달 뒤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FTX가 위기에 빠지자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는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짧은 실사 후 빠르게 거래를 철회했다. 단 며칠 만에 SBF의 제국은 알라메다는 물론, 그의 여러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파산 신청을 하면서 붕괴에 직면했다.
현재 미국 SEC와 법무부, 바하마 당국이 FTX 사건을 조사 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라메다가 급격한 위기에 빠지자 FTX가 알라메다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하마에 있는 SBF의 고급 펜트하우스가 4천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 역시 이어졌다. 한때 SBF 배후의 핵심 인물이었던 엘리슨은 모든 책임을 지는 위치에 놓였다.
캐롤라인 엘리슨이 홍콩에서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두바이로 도피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돌았다. 그녀의 현재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녀의 마지막 공개 행적은 지난 11월 6일 알라메다 대차대조표에 대한 외부 비판을 옹호하는 두 건의 트윗이 전부다.
6개월 전 암호화폐 팟캐스트 이엘 모멘토(El Momento)와의 인터뷰에서 엘리슨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바꾸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는 암호화폐 겨울이 이미 시작돼 많은 회사와 시장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지만 FTX는 여전히 지불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당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분명히 그대로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 다른 길을 택한다면 지금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