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암호화폐가 세상에 나온 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와 실물 세계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블록미디어는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인 엘리시아 리서치팀과 공동으로 기획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엘리시아와 블록미디어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상자산 기술이 실물 자산을 어떻게 토큰화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와 제도적인 문제들을 점검해봤습니다. 오늘은 시리즈 여덟 번째로 실물자산 토큰과 전통금융시장입니다. 시리즈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RWA 토큰 시리즈
1. 실물자산 토큰이란 무엇인가?
2. 실물자산 토큰의 과제 : 법/세금, 오라클 이슈, 어떤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가?
3. 실물자산 토큰 시나리오 및 주요 사례
4. RWA 토큰과 DAO
5.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NFT
6.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1)
7.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DeFi (2)
8.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전통금융시장
9.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EIP
10. RWA 토큰(실물자산 토큰)과 투자자
[블록미디어 엘리시아] ‘자산 토큰화(asset tokenization)’란 유형 또는 무형의 자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권리 또는 자산 소유권’ 등을 거래 가능한 디지털 토큰으로 생성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기업이 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제공하는 것처럼, 배당금을 받는 대신 디지털화된 성과에서 배당이익을 받는 방식도 있습니다. 토큰화 기술은 투자방법 및 수익분배 방식을 본질적으로 변화시켜 금융산업 혁신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다소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오던 전통 금융기관에서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 글에서는 전통 금융시장(기관)의 시각에서 실물자산 토큰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최근 자산토큰화에 대한 기관평가
최근 세계 3대 컨설팅 기업 중 하나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유동성 낮은 자산(예시 : 부동산, 비상장주식, 예술작품, 공공인프라사업, 채권 등)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하는 자산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50배 성장할 것이며, 약 16.1조 달러(전 세계 GDP의 10%)의 자산 가치를 나타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참고로 2020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상품인 ETF의 총 운용자산은 7조 달러(출처 :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이고 총 부동산 투자신탁(리츠)은 2021년 기준 2조 5,000억 달러(출처 : Nareit)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비교한다면, 토큰화가 유동화 시장에 가져올 잠재적 자산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산 토큰화 기술이 가져올 기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물자산에 연동된 토큰을 통해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토큰화하면 일반 투자자가 부동산 자산과 연결된 토큰을 통해 부동산 지분이나 부동산 채권에 투자할 수도 있고, 가치 상승이나 처분 시 이익을 배당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투자 후에 증권형 토큰거래소를 통해 곧바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모든 부동산 정보가 블록체인 상(on-chain)에 기록되어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투명성을 제공함으로써 투자 접근성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글로벌 GDP 대비 Asset Token Market, BCG]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FTX 및 테라(Terra) 루나(Luna) 사태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 토큰화를 통해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엄청난 규모의 비유동성 자산을 온체인 유동화하면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올해 개최된 “Financial Times Crypto and Digital Assets Summit(2022)”에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투자 은행(IB)들이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아졌고, 특히 실물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를 검토하고 있다”며, “자산 토큰화 기술은 채권 및 부동산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많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자산 토큰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통금융권의 자산유동화 방식
한편, 기존 전통금융권에서는 어떻게 자산유동화를 시도해 왔을까요?
전통금융권에서의 자산유동화란, 유동성있는 안전자산과 리스크가 있는 비유동성 자산을 혼합하여 리스크를 상쇄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산유동화를 하면 유동성자산의 가치는 할인되지만 비유동성 자산의 리스크는 감소하게 됩니다.
보통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및 기타 재산권 등과 같은 유무형의 유동화자산 대상 증권을 발행하여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대상자산의 유동성을 높여 왔습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 및 기업은 보유자산에 대해 조기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관련 금융상품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리츠(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수익 및 매각수익을 배당 또는 잔여 배당금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부동산 투자회사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자본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연결해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부동산 공동구매”라고도 불립니다.
2. 뮤추얼 펀드(MF ; Mutual Fund)
다수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 및 운용하는 개방형 전문 경영 투자 펀드로, 주식회사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A기업 주식을 A기업에서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소에서 사고팔듯이, 상호 펀드도 상호 펀드가 아닌 거래소에서 매매합니다.
또한 A기업 주식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A기업 운영에 권리를 가지고 있듯, 상호 펀드도 상호 펀드에 투자한 지분만큼 운영에 대한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3. 자산유동화증권(ABS ; Asset Backed Securities)
ABS는 금융기관이나 일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비유동성자산(대출채권, 부동산 등)을 시장에서 판매 및 유통하기 좋은 형태의 증권으로 변환시킨 후 이를 현금화하는 과정입니다.
비유동성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 대신 ABS를 발행하는 이유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기업 전체의 신용도를 반영하여 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우량자산을 기초로 하여 신용등급이 높은 ABS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 관련 비용경감’을 꾀할 수 있으며, 은행은 위험자산인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수단으로 ABS를 활용해 BIS자본비율을 개선시킵니다.
4.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 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담보부기업어음은 자산유동화증권의 한 형태로,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보유한 ‘부동산, 각종 채권, 유가 증권’ 등의 자산을 기초로 한 비교적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을 의미합니다.
최근 이슈가 있었던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을 위해 발행한 금융상품이 바로 ABCP였습니다. 이는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기업어음을 발행한 케이스입니다.
# 전통적 자산 유동화 vs 자산 토큰화 차이점
BCG 보고서에서는 전통적 자산 유동화 방법과 자산 토큰화 방법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통 자산 유동화와 자산 토큰화, BCG]
# 전통 금융권의 자산 토큰화 케이스
기존 언급된 금융상품 자산유동화의 경우 구조화(structuring) 및 발행절차가 복잡합니다. 토큰화 기술은 이런 발행 어려움 해결에 도움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많은 금융 인프라가 블록체인 생태계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 거래소는 유가 증권의 이전 및 결제를 하는 데 있어 더 빠르고 투명한, 오류가 적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자산 토큰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지만, 토큰화 대상은 아직 주식 및 채권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 뱅가드그룹(Vanguard Group) : ABS채권의 토큰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는 금융시장의 주류, 채권시장에 블록체인 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파일럿 테스트의 목표는 ‘자동차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채무’ 같은 계약상 채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채권으로 리패키징하고, ABS 발행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뱅가드는 뉴욕멜론(BNY Mellon), 씨티,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과 공동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시티은행은 투자은행으로 ABS의 발행 및 이를 뱅가드에 직접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수탁업체를 맡은 멜론은행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은 업무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진행했습니다.
각 금융기관은 분산원장기술(DLT) 제공업체 심비온트(Symbiont)가 제공한 블록체인 ‘어셈블리(Assembly)’ 노드로도 참여했습니다.
# 미국 사모펀드 해밀턴레인(Hamilton Lane) : 비상장주식/개인신용/2차 거래 관련 펀드의 토큰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해밀턴 레인과 글로벌 사모투자 회사 파트너스 그룹(Partners Group)은 토큰화 펀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증권 회사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의 파트너십으로 3개의 펀드를 토큰화할 예정입니다.
해밀턴 레인은 약 835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토큰화 대상 자산은 비상장 주식, 개인 신용 및 2차 거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해밀턴레인 펀드 투자자는 초고액 보유 자산가 및 기관 투자자로 제한되었으나, 자산의 토큰화를 진행하며 개인 투자자도 펀드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브라질 최대 민간은행 ‘이타우 우니방코(Unibanco Itau)’ : 무역관련 금융상품 토큰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브라질 최대 민간은행인 이타우 우니방코는 기존 금융상품 중 무역 관련 금융상품을 토큰화하였습니다.
이타우 우니방코는 “토큰화 서비스 외에도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custody) 및 서비스형 토큰(TaaS)을 도입할 예정이며, 토큰화의 목표는 투자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하고 개선하는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 호주증권거래소(ASX) : 토큰화 자산 거래 지원
호주증권거래소(ASX)는 증권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위한 플랫폼도 제공합니다.
ASX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자산 투자 및 자문업체인 제로캡(Zerocap)의 노력 덕분이며, 이제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는 채권, 주식, 펀드, 탄소 배출권 및 기타 여러 토큰화 자산을 거래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채권 및 탄소배출권 등 일반 투자자들에게 접근이 어려운 시장을 토큰화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는 부분에서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 이 글을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자산의 토큰화와 최근 금융관련 업계의 평가 및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존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금융업계도 최근에는 자산 토큰화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흐름에 놓여있으며, 이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자산토큰화에 대한 국내 금융권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내부적 움직임은 있을지 몰라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드물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RWA 토큰과 기술 표준에 대한 내용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엘리시아(ELYSIA) 리서치팀
엘리시아 리서치팀은 실물자산 토큰화를 주제로 2018년부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엘리시아는 실물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며, 엘리파이는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엘리시아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개발자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한국, 미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현재는 빗썸, 고팍스, MEXC 등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