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장 폐지 사태 이후 ‘김치코인’ 주의보 확산
아로와나토큰은 ‘졸속상장’ 의혹 받아
“거래소 상장 기준 부재도 문제” 업계 지적 나와
전문가 “코인에 대마불사 없어…시장 투명성 제고 계기”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이른바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국내 가상자산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위믹스’가 지난 24일 상장 폐지 통보를 받으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위믹스 거래량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거래된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최근 유통량 위반 및 졸속상장 의혹 등으로 신뢰를 잃은 김치코인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치코인’ 주의보 확산…유통량 위반부터 졸속상장 의혹까지
올해는 가상자산 약세장이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 ‘크립토 윈터’를 부추긴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지난 5월과 이달 초 각각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사태’ 등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큰 타격을 줬다. 해당 사건들의 여파로 국내 가상자산 업계 또한 얼어붙은 가운데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위믹스’가 상장 폐지 되면서 ‘김치코인 주의보’가 확산하고 있다. 위믹스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달 27일 ‘부정확한 유통량’을 이유로 국내 5대 거래소로 이뤄진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로부터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닥사 회원사에 제출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하지만 위믹스 측이 이후 소명 기간에 제출한 자료에도 유통량 관련 오류는 또 발생했다. 결국 닥사는 24일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위믹스 상장 폐지를 통보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관계자 A씨는 “이번 위믹스 사태의 핵심 쟁점은 커뮤니티 운영 과정의 투명성 부재”라며 “이더리움처럼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오픈된 커뮤니티에서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투명성’인데, 유통량 변화 같은 중요한 사안을 공론화 없이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블록체인 업계 정신과는 맞지 않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비트코인과 다르게 위메이드는 중앙화된 조직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으니 사전 공지와 같은 방식으로 보다 투명하게 운영했어야 한다”며 “위믹스 사태는 위메이드와 같이 김치코인을 발행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여러 교훈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졸속상장’ 의혹을 받는 아로와나토큰 역시 김치코인 주의보에 불을 지폈다. 한글과컴퓨터 그룹이 발행해 ‘한컴코인’으로 불린 아로와나토큰은 지난해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지 31분만에 1000배 이상 오르며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한글과컴퓨터 그룹이 빗썸과 상장일을 사전에 협의하고, 시세조종(마켓메이킹) 업체에 의뢰해 토큰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을 거란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달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발행사와 거래소가 결탁해 작전 세력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냐”며 “빗썸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김치코인의 졸속상장과 관련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일부 김치코인의 급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발행사와 협의해 상장을 진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국내 5대 거래소에 속하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을 대상으로 상장 심사 과정이 적합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거래소 상장 기준 부재도 문제…시장 예측 불가는 투자자 피해로 직결”
김치코인 주의보 확산에는 거래소 상장 기준 부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과 상장 폐지 기준이 대략 공개돼있는 유가증권시장과 다르게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에서 해당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투자자들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관계자 B씨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은 상장과 상장 폐지 기준을 규정으로 명시해놓는다”며 “이와 달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상장 기준과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 예측을 막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거래소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도록 상장과 상장 폐지 기준을 공개하고, 그 기준대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역시 위믹스 상장 폐지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그는 해당 간담회에서 “기준을 맞추지 못해 나온 처분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없는데 무엇을 못 맞췄는지 설명하지 않고 상장 폐지를 통보한 것은 갑질로 생각한다”며 “거래소들의 불투명한 상장 기준이나 폐지 기준을 바로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5대 거래소의 평균 상장 폐지율은 약 30%에 달하지만, 상장 폐지는 거래소별 재량이라는 점에서 폐지 기준은 제각각인 상태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챵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334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했다가 157개를 상장 폐지했다. 업비트의 상장 폐지 비율은 47%로, 5대 거래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고팍스(35.4%)와 빗썸(27.3%), 코인원(22.9%), 코빗(8.5%) 순으로 상장 폐지율이 높았다.
◆”코인에 대마불사는 없어…가치 보고 투자해야”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투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할 거란 전문가의 조언도 잇따랐다.
국내 금융정보분석 전문가 C씨는 “이번 위믹스 사태는 ‘코인에 대마불사는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줬다”며 “테라-루나 사태 이후 시장 질서의 투명성이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투자자들 역시 앞으로 차트와 시장 마케팅 등을 믿지 말고, 발행사의 가치를 보고 보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코인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발행사는 실제 개발한 결과물을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하고, 국회와 당국은 관련 규제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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