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상목(왼쪽부터)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2022.11.28. hwan@newsis.com
#PF-ABCP, 저신용 회사채에도 자금 지원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에 나선다. 지난달 23일 6조원 RP 매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또 다시 유동성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한은은 단기금융시장 등에서의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채안펀드 2차 캐피탈콜 출자 금융기관의 RP매입을 통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이 채안펀드에 출자하면 한은이 이들 기관의 RP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6조원 수준의 RP 매입과는 별도로 이뤄진다.
이번에는 채안펀드를 통해 부동산 프러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등급의 기업어음(CP) 등에 대해서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은이 유동성을 풀어 은행을 통해 PF-ABCP, 저신용 회사채 등에 대해서도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채안펀드 참여 금융기관별 지원금액은 캐피탈 콜 관련 개별 기관 출자금액의 50% 이내로 최대 2조5000억원이다.
한은은 83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91일물 RP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며, 3개월마다 시장 상황 개선 정도 등을 고려해 차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리는 시장 실세금리에 10bp(1bp=0.01%포인트)를 더한 값으로 입찰 당일 공고시 발표한다.
이번 지원은 연말을 앞둔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 확산, 단기금융시장 경색 심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정상적인 작동과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적 결정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원을 통해 금리상승에 민감한 부동산 부문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큰 금융부문의 과도한 유동성 경색 상황과 불안심리가 진정돼 통화정책 긴축기조 지속에 따른 예기치 못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금시장은 회사채 3년물 금리가 유동성 대책 발표전인 지난 달 21일 5.73%에서 이번 달 25일 5.3%로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
반면 한은과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에도 단기금융시장에서의 투자심리 위축과 신용경계감이 지속되면서 단기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기업어음(CP)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CP 91일물 금리는 25일까지 45 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CP금리는 25일 전날 대비 0.02%포인트 오른 5.5%에 마감했다. 올해 초 1.5% 선이있던 것과 비교해 무려 4%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또 PF-ABCP는 연말까지 20~30조원 가량이 만기 도래가 예정돼 있고, 유통금리가 최근 20%를 넘어서는 등 위축되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기존 채안펀드 자금이 소진되는 12월중 CP시장 등 자금시장에서의 차환리스크 완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캐피탈 콜(5조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은도 자금수급 불확실성이 높은 연말을 앞두고 CP 시장에서의 불안이 다른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다만, 한은은 현 통화정책 기조에 배치되지 않도록 이번 지원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RP매각 등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곧바로 흡수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기금융시장 등에서의 자금조달 불안심리 확산, 경색 가능성에 대한 미시적 타켓 정책인데다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는 현 통화정책 스탠스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며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결정의 보완적 조치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정책 대응”이라고 말했다.
채안펀드 지원이 금융시장의 특정 부문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만큼 원칙적으로 정부의 재정이 먼저 지원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이와 관련 CP 시장 회복이 지연돼 불안요인이 여타 금융시장으로 전이·심화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사실상 한국은행의 신용위험이 수반되지 않는 데다 적정한 유동성 지원을 통해 조기에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정책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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