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이 커지고 있는 이유가 투자자들이 미래에 인플레이션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보다 0.78%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1981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국채 수익률은 미 연준이 설정한 기준금리가 채권 존속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얼마를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반영한다.
미 장기 국채는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특성상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위험 부담을 안고 있어 일반적으로 단기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
이 때문에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적으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어느 시점에서는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최근 현상을 경기 침체 전조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경제가 정상화된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진 타누조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연준에 대해 신뢰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우는 동안 더 높은 단기 금리를 감수할 것이라고 봤다.
WSJ는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이 커진 것이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여름부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의 차이가 0.5%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상황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이후 달라졌다. 10월 CPI는 전년 대비 7.7%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완화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10월 CPI 보고서가 나온 이후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달 4.63%에서 4.47%로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15%에서 3.75%까지 급락했다.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위험 자산을 보유하는 것보다 채권 시장에 대한 매력이 커진다. 이에 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주식 시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7%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가 발표되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장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하락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식 시장이 이제는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변수다. 이들은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금리인하설을 일축하고 높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투자자들은 30일 예정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냇웨스트마켓츠의 얀 네브루지 미국 금리 전략가는 “지난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채권 시장이 크게 반등했다”며 “파월 의장 발언이 시장 하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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