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후 연속 펀딩 성공… 2018년 7월 5,250만 달러·불과 2년뒤 8억 달러 투자 받아
내우외환 속에 상장 실패, SEC 조사 받으면서 내리막길
3AC와 FTX 두 지뢰 차례로 밟고 순식간에 파산
블록파이(BlockFi)가 몰락한 직접적인 이유는 올해 최대 사건인 쓰리애로우 캐피털(3AC)과 FTX의 함정에 차례로 빠졌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는 장기간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시시각각 변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실현 불가능했고, 방만한 경영진이 다가올 약세장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블록파이의 사업 모델은 시스템상 첫번째 유동성 도미노가 무너지면 곧바로 봉괴되는 형태였다. 다음은 PA뉴스가 전하는 블록파이 몰락의 전말.
# 유니콘에서 한순간 몰락한 ‘블록파이’
또 다른 암호화폐 산업계의 유니콘이 무너졌다. FTX에 인수된 뒤 불과 5개월의 생명도 부지하지 못한 채 블록파이는 FTX가 남긴 폐허 속에서 지난 11월 28일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블록파이(BlockFi)가 몰락한 직접적인 이유는 올해 최대 사건인 쓰리애로우 캐피털(3AC)과 FTX의 함정에 차례로 빠졌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장기간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시시각각 변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실현 불가능했고, 방만한 경영진이 다가올 약세장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블록파이의 사업 모델은 일단 시스템상 첫번째 유동성 도미노가 무너지면 곧바로 봉괴가 시작되는 형태였다.
# 시작부터 창대했던 블록파이, 수 차례 수 억 달러 투자받아
FTX와 알라메다(Alameda)의 주인이 엘리트 집안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진 것과는 달리, 블록파이의 두 창립자는 평범한 배경을 가졌다. 잭 프린스(Zac Prince)와 플로리 마르퀘즈(Flori Marquez는)는 모두 핀테크 대출 관련 업무 경험을 가졌다.
잭 프린스는 대출을 받고 싶었지만 자신이 가진 암호화폐를 담보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경험 때문에 창업에 대한 생각을 싹틔웠다. 아르헨티나 이민자의 딸 플로리는 가족 중 첫번째 대학생이었고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학을 졸업했다. 그녀는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통화가 평가절하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암호화폐의 가치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2017년 두 사람은 암호화폐 대출 회사인 블록파이(BlockFi)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블록파이 홈페이지에선 FTX 붕괴 이후 두 창립자와 회사 임원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조용히 삭제됐다.
블록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명확했다. 암호화폐 버전 P2P 대출 플랫폼으로 이해하면 된다. 회사는 개인이나 기관 사용자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자를 받았고, 개인 투자자나 기관의 자금을 예치하면 이자를 제공했다. 플랫폼 회사가 얻는 것은 대출과 예금의 이자 차이였다.
2018년 2월, 블록파이는 첫 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다. 컨센시스 벤처스(ConsenSys Ventures), 소파이(SoFi), 키네틱 캐피털(Kenetic Capital) 등으로부터 155만 달러를 투자받은 것이었다. 그 중 소파이(SoFi)는 미국의 유명한 P2P 대출 플랫폼으로 캠퍼스 론(대학생 상대의 대출)로 시작해 성장한 회사였다.
2018년부터 2021년은 블록파이의 고속 성장기였다. 첫 투자 유치 후 5개월만인 2018년 7월 블록파이는 무려 5,250만 달러의 펀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억만장자 마이크 노보그라츠가 창업한 갤럭시 디지털이 앞장섰다.
PA뉴스의 통계에 따르면 2020-2021년 암호화폐의 새로운 강세장 주기에 블록파이는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신생 기업 중 하나였고, 발라 벤처스(Valar Ventures), 베인 캐피털(Bain Capital), 모건 크릭(Morgan Creek Digital), 윙클보스 캐피털(Winklevoss) 등 수 십 곳의 투자기관으로부터 약 8억 달러의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2021년 여름 E라운드 투자를 진행했을 때 블록파이의 평가 가치는 이미 40억 달러에 달했다.
2021년 3월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블록파이의 자산은 2021년 2월 무려 140억 달러로 급증했다. 물론 1년전 이룬 10억 달러의 자산도 적지 않은 것이었지만 불과 1년 사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자산이 불어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월 매출은 1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로 뛰었고 직원 수는 75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
# ‘내우외환’으로 결국 상장 못해, SEC 조사받으면서 내리막길
2020년 블록파이와 코인베이스는 같은 시기에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블록파이는 빠르면 2021년 하반기에 상장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상장되지 못했다.
급속도로 발전하던 2021년 중반, 내부 관리 부실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1년 5월 블록파이는 이용자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면서 701개의 GUSD를 지급해야 했으나 701개의 BTC를 지급하는 잘못을 범해 순식간에 수 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블록파이 재무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냈고 당시 일부 직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야만 했다.
동시에 일부 회사 관계자는 블록파이의 기술 시스템이 매우 조잡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수가 사용하지 않거나 모호한 Elixir 언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제품의 갱신 속도 역시 경쟁사 보다 느렸다”면서 “개발자를 대거 보강함으로써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었다”고 지적했다.
블록웍스의 보도에 따르면 작년에 블록파이는 2018년부터 일해온 최고기술책임자(COI)를 해고하고 최고성장책임자에게도 퇴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파이가 고속 성장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주목하게 된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2021년 11월, SEC는 최대 9.5%를 지급하는 블록파이의 이자부 암호화폐 계정을 조사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이는 증권에 해당한다”고 기소했다.
그런 뒤 2022년 2월 블록파이는 SEC와 5,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화해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블록파이는 대다수 미국인을 상대로 하는 고수익 대출 상품의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하지만 기존 계좌는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록파이는 또한 각 주 규제 기관에 추가로 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블록파이는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집안 곳곳에 누수가 발생하자 2021년 6월 진행한 블록파이의 E라운드 자금 조달은 사실 매우 어려웠다. 40억 달러의 평가 가치로 최대 5억 달러를 조달하려는 당초 계획에는 그리 많은 기관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종 펀딩 금액은 계획의 절반에 그쳤다. 그때부터 전통 자산관리 회사는 이미 블록파이의 상장 잠재력을 낙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SEC의 개입으로 블록파이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고 플랫폼 자금은 수 백억 달러에서 20~30억 달러로 80%나 줄었다.
블록파이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이 회사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로부터 18억 달러의 미상환 대출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억 달러는 무담보 대출이었다. 기관 대출은 총 미상환 대출 중 15억 달러를 차지했고 일반 소매 대출은 나머지 3억 달러다.
되돌아보면 SEC가 적시에 기소한 탓에 블록파이가 개인 투자자에게 가져올 수 있었던 손실이 줄어든 셈이다.
# 3AC와 FTX가 깔아놓은 지뢰에 연속 노출, 결국 파산 신청
강세장이 절정이던 시기, SEC의 강력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블록파이는 여전히 사용자들의 출금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세장에 찾아오자, 자산가치가 급락했고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업계의 리스크가 불거지자 고객들도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게다가 상품 자체의 만기가 불일치하는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출금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고 블록파이는 완전히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은 쓰리애로우 캐피털(Three Arrows Capital. 3AC) 붕괴였다. 블록파이는 3AC에 총 1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고 담보는 비트코인 3분의 2, GBTC 3분의 1이었다. 초과 담보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리스크 통제 관점에서 볼 때, 단일 업체에 이처럼 많은 금액의 대출을 제공한 것은 잠재적 리스크임이 명백하다. 결국 블록파이는 3AC로 인해 약 8,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출혈이 심했던 블록파이는 지난 6월 기관 투자자들의 원조를 위해 사방으로 뛰었고 7월 2일 트위터를 통해 FTX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FTX는 블록파이에 4억 달러의 순환 대출 한도를 제공하고 최대 2억 4천만 달러의 가변 가격으로 블록파이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획득했다.
이 계약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블록파이가 올해 말까지 SEC로부터 블록파이 일드(BlockFi Yield)에 대한 S-1 규제 승인을 받아야 하고, 2023년 가을 정식 인수시 고객 자산이 100억 달러에 도달하면 인수가는 그에 상응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실제 블록파이는 여러 기관 중에서 FTX US를 선택했다. 다른 옵션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봤다. 투자금이 삭감될 수 있고 이는 고객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FTX US 플랫폼과 상품은 블록파이와 매우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봤고 협업을 강화하면 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밝혔다.
# 블록파이는 FTX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블록파이는 지난 7월 20일 공식 웹사이트에 위기관리팀의 관리 프레임워크를 공유하는 특별한 내용을 게시했는데, 위기관리팀이 비즈니스팀과 독립적이며 모두가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베테랑이며, 2011년 유럽 부채 위기도 통제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블록파이가 11월 28일 파산 신청을 한 후 업데이트되었다.
좋은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고, FTX의 수혈을 받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백의의 천사는 ‘악마’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11월 11일 블록파이는 출금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고객에게 블록파이 월렛과 이자 계정에 입금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블록파이는 “FTX.com, FTX US, 알라메다(Alameda)의 불명확한 상태로 인해 평소와 같이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직후인 11월 28일 블록파이는 본사가 있는 뉴저지주 법원에 챕터 11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서에는 블록파이의 채권자가 10만 명 이상이고 추정 자산과 추정 부채가 모두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블록파이는 현재 구조 조정 과정에서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2억 5,690만 달러의 현금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FTX 붕괴 이후 블록파이의 한 직원은 “당시 FTX는 블록파이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으로 사용자의 자금을 FTX의 플랫폼에 넣으라고 했다”고 폭로했지만 블록파이는 이 내용을 공식 부인하면서 “블록파이의 자산 대부분이 FTX에 있다는 얘기는 루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록파이는 “알라메다가 당사에 지고 있던 부채, FTX.com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우리가 FTX.US의 신용 한도 미사용 금액 등 FTX 및 계열사에 대해 상당한 익스포저가 있다”고 인정했다.
파산 법원에 나온 블록파이 변호사는 “블록파이는 현재 FTX에서 약 3억 5,500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동결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블록파이는 알라메다 리서치에 6억 7,100만 달러를 대출해주었다.
# SEC, 블록파이의 채권자가 되다… 발라벤처스는 최대 주주
파산 신청 문건에 따르면, 파산 처리 전문 기관인 안쿠라 트러스트 컴퍼니(Ankura Trust Company, LLC)가 블록파이의 최대 채권자로 약 7억 2,900만 달러의 무담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FTX US의 무담보 채권이 2억 7,500만 달러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합의금 3,000만 달러도 채무로 남아 있다.
2022년 2월 합의에 따르면 블록파이는 미국 SEC에 과징금 5000만달러를 다섯 차례에 걸쳐 납부하기로 했고 2년 안에 전액 납부해야 했다. 블록파이는 처음 두 번의 합의금, 총 2,000만 달러를 지불했으나 여전히 SEC에 3,000만 달러를 빚지고 있다.
발라 벤처스(Valar Ventures)는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립자 피터 틸(Peter Thiel)이 설립한 투자회사 틸 캐피털(Thiel Capital)에서 분사한 벤처 캐피털로, FTX의 지분 19%를 소유하고 있다. 발라 벤처스는 블록파이의 최대 주주중 하나다.
블록파이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은 FTX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통제나 시스템의 완결성에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블록파이의 재무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챕터11 파산 보호를 신청한 지 몇 시간 만에 블록파이는 뉴저지 법원에 전 FTX CEO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SBF)를 고소하고 5억 7,500만 달러 상당의 그의 주식과 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Robinhood) 주식을 몰수해달라고 요청했다.
SBF는 지난달 초 익명의 차용인에게 지불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이멀전트 피델리티 테크(Emergent Fidelity Technologies)의 명의로 로빈후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블록파이 창업자들이 애초에 FTX의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다른 기관을 선택했더라면 이런 상황까진 가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맨처음 3AC를 선택한 것이 거시적 상황과 리스크 통제 부족 때문이었다면, 적어도 두번째는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고통스런 댓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