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서비스지표 호조에 엇갈린 판단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20원 가량 오르락 내리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경제지표를 놓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오는 등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종금리 수준이 확인될 때까지 이 같은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번 달 들어 하루에도 20원씩 급등락 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19.1원, 5일엔 7.3 하락 하더니 하루도 안 돼 6일 다시 26.2원이나 오른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 하루 새 20원 가량 등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기준금리 인상기인 올해를 제외하고 과거 사례를 봐도 하루 등락폭이 5원 안 쪽에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게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등락폭을 보인 것은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지난달 11일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59.1원이나 급락하면서 2008년 10월 30일(-177원) 이후 1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치(7.9%)를 밑돈 영향이 컸다. 미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미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부상하자 급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미 연준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5거래일 동안 다시 39원이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장세는 이번달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말인 11월 28일 13.6원, 30일엔 7.8원 하락 하더니 이번 달 1일에는 하루 새 19.1원이나 내려가며 1299.7원에 마감했다. 지난 8월 5일(1298.3원) 이후 4개월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원화 가치가 큰 폭 상승한 것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속도조절 발언 때문이었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강연을 통해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제약할 수준에 근접했다”며 “빠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금리가 9월(4.6%) 회의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상당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기준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 발언이지만 시장은 속도조절에 더 초점을 맞췄다.
미 고용지표가 나온 5일에도 시장은 금리인상 속도도절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 오히려 환율이 7.3원 하락한 1292.6원에 마감했다. 11월 미 비농업 신규 부문 고용은 26만3000 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0만명)를 상회했다. 이는 전달 26만1000명 대비 늘어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탄탄한 고용지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긴축 필요성을 높인다.
탄탄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하락 마감했던 환율은 다음날인 6일엔 다시 26.2원이나 오르면서 2020년 3월 19일(+40원) 이후 2년 9개월래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전날 고용지표에 이어 서비스업 지표까지 견고하게 나오자 미 연준의 피봇(정책선회) 기대가 되돌려지는 등 긴축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10월 미 무역수지 적자폭이 전월(732억 달러)보다 증가한 782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험회피 심리를 키웠다.
최근 환율의 롤러코스터 장세는 같은 경제지표를 놓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미 경기에 대한 판단이 수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14일 열리는 미 연준의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미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또 중국 위안화 변수도 커지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에 환호했던 시장이 좋지 않은 무역지수 발표에 경기 침체 우려로 옮겨가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위안화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상승(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환율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연준은 다음주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지만, 문제는 최종 금리다. 이번 FOMC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내년도 금리 전망 수준인 점도표가 공개된다.
파월 의장은 이미 이번 FOMC에서 최종금리 수준이 종전(9월) 예상한 것 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등은 연준이 12월 회의 후 내놓을 점도표에서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4.5∼5%에서 4.75∼5.25%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 까지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지표 등 같은 미 경제지표를 놓고 시장의 해석이 달라지면서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는 등 높은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며 “미 연준 피봇(정책선회)이 확실시 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설로 이번달 FOMC 속도조절 기대가 높아졌는데,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지표가 견고하게 나오다 보니 이번 FOMC에서 매파성 발언이 나올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다시 반등세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OMC를 앞두고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어떻게 될 것인지 확인이 가능한 점도표에 대한 배팅이 엇갈리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혼재돼 있어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다음주 CPI와 FOMC가 발표될 때까지 이 같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FOMC에서 빅스텝은 확실시 되고 있지만 12월 FOMC 이후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외환시장은 더 길고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우려 확산으로 미 연준이 내년에도 빅스텝을 유지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12월 FOMC 이후에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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