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은행은 힘든 비즈니스 입니다. 겉으로는 편안히 앉아서 돈장사를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형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후발 중소은행은 선택지가 별로 없습니다. 다른 은행이 안 하는 것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실버게이트의 선택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은행 실버게이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활로를 찾았습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사업 부문을 팔고 대신 ‘크립토 익스체인지 플랫폼’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간단 합니다. 암호화폐를 사고 싶은 고객에게 달러, 유로 ‘예금’을 받아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보내는 겁니다. 실버게이트는 이 사업을 2018년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실버게이트 ‘예금’은 12억 달러에서 140억 달러로 1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암호화폐 구매를 위한 예금에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 공짜 예금으로 돈장사
지방은행, 후발은행, 인터넷은행 등은 예금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관건 입니다. 이자를 많이 주면 예금이 늘죠. 그러나 이자를 주지 않으면서 예금을 늘릴 수 있다면 그게 최고죠.
실버게이트는 암호화폐 시장의 게이트(gate)를 자처하면서 공짜 예금을 끌어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돈이지만 예금 규모가 커지면 적절한 ‘운용’으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실버게이트 주가는 2021년 11월 222 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실버게이트 ‘고객’ 중에 알라메다가 사고를 치기 전까지는 크립토 중심 전략이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 FTX-알라메다의 자금 통로?
FTX가 파산하면서 알라메다의 계좌를 관리하던 실버게이트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바하마에 설립된 FTX 인터내셔널과 거래하고 싶은 고객 중 일부가 FTX 본사로 돈을 보내기를 꺼려하자, “알라메다의 실버게이트 계좌에 돈을 넣으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겁니다.
FTX와 알라메다는 법인으로는 다른 회사였지만 한 몸처럼 행동했고, 고객의 암호화폐를 알라메다 손실 보전에 멋대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알라메다의 주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 겁니다. 당장 의회에서 실버게이트를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 감독당국의 조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TX 사태 전반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검찰도 누군가 쇠고랑을 채울 사건을 찾고 있습니다. 실버게이트는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 선상에 올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실버게이트가 단 하나라도 부정한 송금을 한 것이 드러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이런 위험을 가만 둘 리 없죠. 실버게이트 공매도 비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 중입니다. 9일 현재 실버게이트 유통 주식 중 29%가 공매도 물량입니다.
# 공매도 집중…주가 급락
실버게이트 주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숏 셀링 압력이 강합니다. 공매도 비율은 불과 한 달 전 11%에 불과했습니다. 3배 가까이 매도 공세가 급증한 겁니다.
실버게이트 주가는 현재 20달러 대 초반 입니다. 하루에 6% 넘게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실버게이트 주가는 자산 규모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됩니다.(PBR 0.5배) 현재 주가에 실버게이트 주식을 다 산 후 은행을 청산하고 자산을 모조리 팔면 2배 남는 장사가 됩니다. 주가가 형편 없이 낮다는 뜻입니다.
다른 은행들의 PBR은 1.5배 입니다. 올해 2월 실버게이트 PBR은 11로, 당시 다른 은행들보다 6배나 높았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 FTX 사태가 결정적으로 실버게이트 주가를 끌어내린 겁니다.
# 크립토 윈터에 생존할 수 있을까?
실버게이트 공식 입장은 “FTX 사태와 관련한 어떠한 불법 행위나 규정 위반도 없다” 입니다. 월가는 실버게이트를 의심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을 새로운 생명선으로 선택한 실버게이트가 크립토 윈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FTX 유탄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업비트), 카카오뱅크(코인원), 지방은행 전북은행(고팍스)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긴밀한’ 거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대형은행인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과 이들 후발 인터넷 은행, 지방은행은 암호화폐 겨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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