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매우 치명적으로 암호화폐에 반대하고 있을 걸.”
알렉스 게르코(사진)의 트위터 프로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해 적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격도 불같습니다.
# 친 암호화폐와 반 암호화폐
3ac을 만들어 사고를 크게 친 주슈가 지난 10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회학적으로 극초단타매매(HFT)를 주로하는 시타델, XTX 등은 반 암호화폐이고, HRT, 점프 등은 친 암호화폐라는 것이 흥미롭다.
전자는 투자 은행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투자 은행과 유사한 전략으로 굉장히 공격적으로 마켓 메이킹 사업을 하고 있고, 후자는 중립 지대 오픈 마켓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다.”
HFT(High Frequency Trading)은 1 초에 수 백만 번의 매매주문을 내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을 뜻합니다. 가격 조작하는 MM과 달리 철저하게 규칙에 따라 호가 공백을 채우고 수수료를 얻습니다.
시타델이 대표적인데요. 주슈가 언급한 또 다른 HFT 회사 XTX를 만든 사람이 알렉스 게르코입니다.
주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HFT 회사 네 곳을 두 진영으로 나눠 설명한 것이 이채로운데요. 반 암호화폐 진영의 시타델은 실제로는 암호화폐 매매에 관심이 있습니다.
XTX는 어떨까요?
# XTX, 하루 392조 원 매매
게르코는 주슈의 트윗에 ‘미친 XX’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주슈가 HFT 회사들을 멋대로 구별한 것이 몹시 마음에 안 든 모양입니다.
게르코는 어떤 사람일까요? 원래 도이체방크 트래이더였습니다. 7년 전 ‘XTX 마켓’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죠. 본사는 런던입니다. 뉴욕, 파리, 싱가포르, 뭄바이 등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사무실이 마치 아폴로11호 달착륙선처럼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괴짜가 분명합니다.
XTX는 하루에 3000억 달러(392조 원) 매매 주문을 처리합니다. 외환, 주식, 채권, 원유, 금, 각종 파생상품을 거래합니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돈을 법니다.
XTX는 지난 3월 배당금으로만 16억 달러(2.1조 원)를 주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게르코는 XTX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 재산이 60억 달러(7.8조 원) 정도 됩니다.
# 수학자가 만든 회사
게르코는 러시아 출신입니다. 지금은 영국 시민권자입니다만, 모스크바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자입니다. 투자 은행과 헤지펀드를 거쳐 지금의 XTX를 창업했죠.
XTX는 각종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처리해서 트래이더들의 자의적 매매 대신 자동 매매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걸로 큰 돈을 벌었죠.
게르코가 MM으로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 팬데믹, 포스트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 가격 움직임 자체가 돈이다
가격이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따져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가격 변동성 자체를 이용해서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XTX는 시장 참여자들이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게,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게 유동성을 제공하고, 그 댓가를 받습니다.
주슈가 어떤 기준으로 XTX와 시타델을 반 암호화폐 회사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XTX의 게르코 자신은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위터 프로필에 ‘반 암호화폐’라고 적을 정도니까요.
이런 XTX가 드디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모양입니다.
# XTX, 암호화폐 트래이딩 팀 구성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XTX가 암호화폐 트래이딩 팀을 구성하고 매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팀 구성원을 뽑는 구인 광고를 냈고, 사람을 거의 다 구한 것 같습니다.
주슈가 언급한 네 개 HFT 회사들은 친 암호화폐이건, 반 암호화폐이건 모두 암호화폐 매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XTX도 암호화폐 시장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있고, 그 가격이 움직인다면 XTX 같은 마켓 메이커 회사들은 극초단타매매라는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크립토 윈터로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것 같지만, 차가운 얼음 밑에서는 뭔가 움직임이 있습니다. 반 암호화폐 게르코가 이끄는 XTX마저도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왔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