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전조 현상의 지표 중 하나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단기 채권금리가 장기 채권금리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역전한 것을 뜻합니다. 이런 현상이 왜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텐데요, 먼저 채권의 개념을 알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채권은 돈을 빌리기 위해 정부나 기관, 기업들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을 발행할 때는 이자를 얼마나 지급할지, 원금은 언제 갚을지와 같은 조건이 붙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2년물, 3년물, 10년물 같은 식이죠.
원금을 갚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즉 돈을 더 오래 빌릴 수록 더 높은 이자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 우리가 예·적금을 가입할 때를 예를 들어 보죠. 1년 만기 예금보다는 3년 만기얘금 금리가 더 높은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 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만기가 길어지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게 되고,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도 기간이 길면 더 오래 굴릴 수 있어 돈의 활용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최근 3년물이 10년물보다 금리가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한 달 가량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2개월물,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 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은 기준금리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단기채권 금리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돈을 갚는 기간이 짧다 보니 기준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3.25%로 2.7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기채권인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1.417%에서 올해 9월 4.548%로 연고점을 찍었다가 최근 다시 3.6%대로 내려왔습니다.
반면 장기채권은 당장의 기준금리 변화 보다는 경기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돈을 갚는 기간이 10년, 20년 후로 길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금리 보다는 경기 전망에 따른 채권의 수요와 공급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령,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투자에 나서기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수요가 많다보니 더 많은 이자를 주고 빌려와야 하고, 이자율도 올라가게 됩니다. 또 채권 보다는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는 오르게 됩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도 이런 이치입니다.
이와 반대로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면 어떨까요. 일단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줄어들 테니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위험자산 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니 채권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는 하락합니다. 장기채권 금리가 하락한 다는 것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리하자면, 경기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기채권을 사들이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하락한 반면, 단기채권은 기준금리와 연동돼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981년, 1989년, 2000년, 2007년 발생했습니다. 장·단기 역전이 발생했을 때 미 증시 상황을 보면 1990년, 2000년 2008년에 폭락장이 왔습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1년에서 2년 후 경제불황이나 미국 주식 시장에서 폭락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올해 장·단기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요.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이번은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며 예외적일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기준금리가 너무 빠르게 인상되면서 단기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데다, 장기 채권 금리도 올 초부터 꾸준히 올라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실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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