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심통 사나운 재벌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자(현지시간)에 실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칼럼 제목이다. 그가 지목한 심통 사나운 재벌은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다.
특권이 사람을 망친다.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 역사가 액튼 경은 특권이 엄청날수록 엄청나게 부패한다고 했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잘못된 행실을 지적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 둘러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 평판을 망가트리는 걸 보면 너무 신난다. 누군들 안 그럴까.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지고 숭배의 아이콘이 되는데 익숙해진 엄청난 부자가 스스로 아우라를 잃고 온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는 걸 말이다. 머스크가 성을 버럭 내내겠지만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서울=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대량의 ‘봇 계정’을 정지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한 사진, 한편 머스크의 전용기를 추적하는 트위터 계정인 ‘일론젯’의 운영자 잭 스위니는 일론젯이 ‘쉐도우 밴’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리가 그런 사람의 지배를 받는 이유를 파헤치면 재미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심통 사나운 재벌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기술자들 가운데 머스크를 추앙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머스크를 단순히 버릇없는 불평꾼이 아니라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저술가 존 갠츠가 보스정치라고 부르는 이데올로기다. 큰 사람은 작은 사람에게 답변을 해서도 안 되고 비판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상당한 권력을 누리지만 머스크가 대중의 야유를 받는 걸 막진 못한다.
왜 그럴까?
기술진보와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행복과 평등한 사회로 이어지지 않은 건 새삼스럽지 않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같은 사회평론가와 윌리엄 깁슨 같은 사려 깊은 소설가는 성마르고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인 금권주의자가 불안감을 공중 앞에 드러내는 사회가 아닌, 개성을 억압하는 조합주의 디스토피아를 상상했다.
어떻게 가능해졌나?
부분적으로 최상층부에 엄청난 부가 집중된 점이 답이 될 수 있다. 트위터 소동이 빚어지기 전부터 일론 머스크를 말년의 하워드 휴즈 같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휴즈의 부는 그러나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지금도 머스크에 새발의 피 수준이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최상층 0.0000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40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막대한 부 덕분에 현대 슈퍼 엘리트들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어린애처럼 굴 수 있는 권력도 포함해서다.
나아가 한때 은둔 계층이던 초 부자들이 유명인사가 됐다. 혁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킴으로써 부자가 됐다는 건 식상한 얘기다. 최소한 토마스 에디슨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거나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때문에 정보기술로 큰돈을 번 사람들에 대한 숭배가 폭발했다.
실제로 천재 기업인 숭배가 암호화폐의 대실패를 낳았다.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와 아직 파산하지 않은 그의 전임 경쟁자들은 제대로 된 상품을 팔지 않았다.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 이외에 실질적 용도가 있다고 말하는 이제 없어졌다. 뱅크먼-프리드는 보통사람은 알 수 없는 미래를 꿰뚫고 있는, 헝클어진 머리에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 선지자라는 이미지를 팔았을 뿐이다.
일론 머스크가 똑같은 부류는 아니다. 그의 회사들은 실제 사용되는 자동차와 실제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을 생산한다. 그러나 이 회사들의 매출과 시장가치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그의 개인 브랜드의 힘에 좌우된다. 머스크가 하루도 쉬지 않고 쓰레기를 쏟아내는 이유다.
종국에는 머스크도, 뱅크먼-프리드도, 천재 기업가의 전설에 먹칠을 하고 사회에 큰 해를 끼쳐온 공공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다. 현재 머스크가 벌이고 있는 트위터 소극이 한 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유용한 자원을 망가트릴 것이다.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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