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미사에서 “아기 예수도 가난했다”
말구유에서 생을 시작한 그리스도를 언급하며 질타
성탄 전야 미사, 전통적 자정에서 초저녁으로 옮겨 실시
[바티칸시티=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 설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것을 언급하며 재물과 권력에 굶주려 어린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자들을 비난했다. 또 전쟁과 빈곤, 탐욕스러운 소비주의도 함께 경고했다.
성베드로 성당 안에서 열린 화려한 이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 7000명의 신도와 관광객, 순례자들이 도열한 가운데 저녁 미사를 집전했다. 이들은 온화한 날씨에 성당에 몰려들었고 하얀 법의를 입은 교황의 앞에 도열해서 미사에 참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이 생의 첫 몇시간을 마굿간의 구유에서 보낸 겸허한 생애에 대해 언급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말과 가축들이 구유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동안, 이 세상의 남녀들은 부와 권력에 굶주려 이웃의 것, 형제 자매의 것까지도 빼앗아 소비하려 하고 있다”고 교황은 질타했다.
그러면서 ” 우리가 그 동안 본 전쟁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경시당하고 능멸 당하고 있는가”하고 그는 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어떤 특정한 전쟁이나 상황을 지목해서 말하진 않았지만 ” 언제나 그렇듯이 인류의 이런 탐욕의 가장 대표적인 희생자들은 약자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다”라고 말했다.
“올해의 성탄절에도 예수 탄생의 그 때 처럼, 세상은 돈과 권력, 쾌락을 탐하는 자들이 약자들과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들이 살아갈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있다”고 교황은 매우 지치고 목쉰 듯한 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전쟁과 가난, 불의가 삼켜버린 모든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그래도 인류는 힘을 내야 한다면서 ” 여러분 모두가 공포와 포기, 낙심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리스도가 말 구유에 누워있었던 것은 진정한 생명의 힘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람들, 인간 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출고일자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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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탄절을 에워싼 지난친 소비주의, 소유욕과 소비를 향해 달리는 탐욕스러운 마음들이 우리 인류의 운명에 대한 무관심을 낳았다면서 ” 성탄절에 뭔가 좋은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사가 끝나자 교황은 실물크기의 아기 예수상을 무릎에 안고 보좌 사제들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서 성당의 통로를 내려왔고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꽃다발을 들고 호위했다. 아기 예수상은 성당 입구에 설치된 구유 안에 안치되었다.
86세의 교황은 무릎 통증때문에 좀 먼 거리는 휠체어로 , 짧은 거리는 지팡이를 짚고 이동한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가톨릭 성탄 전야 미사는 한 밤중 자정에 시작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바티칸 교황청에서 코로나19의 유행과 교황의 건강과 근력을 감안해 시간을 앞당겨 실시해왔다.
2년 전에는 성베드로 성당의 성탄전야 미사가 7시 30분에 시작됐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했기 때문인데, 그 이후로도 바티칸에서는 그 이른 시간을 지키고 있다.
성탄절인 25일에는 수 십만명의 가톨릭 신자들과 관광객, 순례객들이 성베드로 광장에 모여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과 세계의 주요 문제에 대한 강론을 듣게 된다.
이 강론은 라틴어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 Urbi et Orbi . 도시와 세계를 향하여)라고 불리며 지구촌 전체의 전쟁, 종교적 박해, 기아 사태 등 현안들에 대한 교황의 논평이 이뤄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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