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국내외 경제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삼성전자 실적 눈높이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출혈 경쟁에 가까운 ‘치킨 게임’을 벌인 2010년대 초반 이래 10년 만에 적자 전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비관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 사업부 실적이 내년 상반기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들린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원 적자, 2분기 674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7052억원 적자)가 마지막이다.
대신증권 위민복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업계 내 최고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 올 4분기 낸드 플래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 DS부문 적자, 2분기 D램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10년만에 적자 가능성” 제기
BNK투자증권도 삼성전자 DS사업부가 내년 1분기에 2900억원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메모리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메모리 사업은 업황 침체로 영업적자가 811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DS사업부 전체는 흑자가 기대되지만, 내년 2분기에 메모리 사업은 영업적자가 19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부터 영업적자가 시작돼 내년 연간 기준으로 적자 전환 우려가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선다면 분기 기준으로 15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출고일자 2021.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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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발 실적 하향 잇달아…업계는 “예측 빗나갈 수도”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영업적가 관측이 과도하다고 본다.
이처럼 반도체 영업적자 관측까지 나오는 것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보고서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올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보다 1조원 줄어든 1조5000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자 국내 증권사들은 이에 맞춰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다만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오락가락한 전망으로 곤혹을 치른 기억을 떠올린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지난해 4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격한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빗나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모건스탠리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전망이 업황과 맞아 떨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암울한 실적 전망으로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SK하이닉스는 뉴스룸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섹터 선임연구위원과 인터뷰를 올리는 등 적극 반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인터뷰에서 내년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점을 근거로 현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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