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12.9%↑
#9월 1400원 돌파…10월 말부터 하락세
#한은 “내년에도 달러 강세 이어질 것”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해 외환시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4년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10월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이번 달 들어서는 미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부각되며, 다시 1300원 아래로 내려섰다. 올 들어 환율은 미 물가지수, 노동지표 등 여러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에도 10~20원씩 움직이는 높은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1188.8원) 보다 75.5원(6.4%) 상승한 1264.5원에 마감했다. 전년 말 대비 101.7원(9.4%) 상승했던 지난해 보다는 낮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27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104.182로 1년 새 9.0%나 뛰었다.
서울 외국환중개를 비롯한 외환시장 전체 연평균 환율 기준으로 보면 더 정확한 상승폭을 알 수 있다. 올해 연간 평균 환율은 1292.2원으로 지난해(1144.6원) 보다 12.9%(147.6원) 상승했다. 이는 2009년(15.7%)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원·달러 환율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미국을 비록한 주요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 강화, 견조한 고용지표에 따른 긴축 가속화 전망,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등으로 1400원을 돌파했다”며 “11월 들어서는 미 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 미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내 무역수지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원달러 환율은 1191.8원에 출발한 후 6월 23일 1301.8원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9월 22일에는 1400.7원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마저 넘어서더니, 10월 25일에는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찍었다.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로 봐도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올해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것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이 컸다. 지난 9월엔 달러 인덱스도 114를 돌파하면서 2002년 5월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지속하던 환율은 10월 말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등의 영향으로 다시 큰 폭 하락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105.5원 빠진 데 이어 이번달에도 54.3원이나 내려가는 등 두 달 동안 160원 가량 하락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11년래 가장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 들어 변동폭이 가장 컸던 지난달 원·달러 환율 표준편차는 36.4원으로 지난달(9.7원) 보다 큰 폭 뛰었다. 이는 2011년 9월(46.0원) 이후 11년 2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표준편차는 월·평균 환율을 일일 종가와 비교한 것으로, 종가 환율이 평균 환율과 차이가 클 수록 표준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률도 0.90%로 전월(0.54%)에 비해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1.12%)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1월 중 원·달러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폭은 12.3원으로 한 달 전(7.7원)보다 높아졌다. 2020년 3월(13.8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일중 변동성 역시 1.1%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6.7%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해 금융위기 수준과는 차이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발 국내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에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준은 12월 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를 5.1%까지 올리고, 물가가 2%대로 하락할 때까지 금리인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안정화가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보다 높은 강도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최근 다소 진정된 상황이긴 하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연되고 국내 단기자금 시장, 회사채 시장 불안 심화, 위안화 추가 약세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며 “환율 단기 급등을 촉발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 만큼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코로나19 감염자 수 급증으로 다시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강화되거나 중국 부동산 시장 부실이 심회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미 달러화가 연초까지는 약세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 동결, 정책기조 전환 기대 등으로 연초에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강세 반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긴축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장점이 부각되며 달러가 강세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석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전략팀 과장은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이 더디게 하락하고 그에 따라 연준이 최종금리를 상향하게 되는 경우 미 달러화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하게 될 경우 시장의 관심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집중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달러화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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