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속 소비·이자부담 늘어
#가계 여유자금 26조5000억…1년 3개월래 최저
#1년 전보다 7조4000억 줄어…5분기 만에 감소
#예금 37조 늘고, 주식 5조6000억 늘어
#예금 비중 43.6%로 늘고, 주식 16.2%로 줄고
#예금 비중 2년 6개월래 최고
#주식 비중 2년 만에 최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해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7조원 가량 줄면서 5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고물가, 고금리에 속에서 가계 소비가 늘어나고,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친 영향이다.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예금 비중은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예금으로 옮겨가는 ‘자산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1년 전(33조9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 줄어들면서 2021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이는 2021년 2분기(24조5000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줄어든 것은 5%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지며 가계 소비가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자금운용(-46조5000억원)이 자금조달(-39조2000억원)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금리인상으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이 전년 동기대비 줄면서 1년 전(84조1000억원)보다 46조5000억원 축소된 3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36조6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액은 50조2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39조2000억원 줄었다. 이는 2019년 1분기(7조8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기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다.
문혜정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팀장은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금리인상으로 금융기관 예치금 등이 줄며 자금운용도 축소되는 등 자금운용이 자금조달 보다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계 여유자금 중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저축성 예금 규모는 확대된 반면, 주식은 축소됐다. 3분기 가계 및 비용리단체의 저축성 예금은 전기대비 37조 늘어 전분기(19조7000억원) 보다 증가세가 확대됐고, 주식은 5조6000억원 늘어 1년 전(27조7000억원) 보다 축소됐다.
이에 따른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분기 40.7%에서 지난해 3분기 43.6%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1%에서 17.9%로 줄었다. 국내주식은 19.6%에서 16.2%로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은 1.4%에서 1.7%로 소폭 올랐다. 예금 비중은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주식 비중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팀장은 “예금 금리 상승, 주식시장 부진,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저축성예금 및 채권 운용은 확대된 반면 증권기관 예치금 운용이 감소하고 주식 운용이 축소됐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장기 저축성예금으로의 역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액은 같은 기간 11조4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10조6000억원 늘었다. 전년동기대비 자금조달(28조3000억원→8조2000억원)보다 자금운용(39조6000억원→30조2000억원)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이 확대됐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코로나19 재정지출 등 정부소비 증가폭이 둔화된 영향이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26조4000억원) 보다 확대됐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의 경우 투자 등을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자금운용과 조달과의 차액은 통상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순조달 규모가 확대된 것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시장 불안 등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 조달이 확대된 반면 주식 발행이 크게 축소되면서 자금조달은 축소됐다. 자금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현금 및 예금, 채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등을 중심으로 운용도 크게 축소했다.
국내 비금융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1경796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94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121조5000억원 증가한 707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국내 비금융부문 전체 순금융자산 규모는 3722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27조3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53배로 전분기말(1.54배) 보다 하락했다. 금융부채대비 자산 배율은 2020년 1분기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