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되고 ISA 비과세 등 매력↑
“만기 짧은 고금리 채권 등 수요 꾸준”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부진한 증시를 떠난 동학개미가 채권개미로 변신해 지난해 채권을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채권시장 훈풍이 불지 관심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20조611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4조5675억원)보다 4.5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반면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2020년 말 35조원에서 2021년 말 20조원, 올해 초 10조원대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신용등급이 양호한 은행채, 카드채, 여전채, 회사채 등에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다만 지난달 개인의 채권 순매수는 1조7000억원으로 직전 5개월보다 감소했다. 연말에 거래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현재 세법상 개인 채권 투자에서 이자수익은 이자소득세 15.4%만 적용되고 매매차익 과세는 없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 투자에 대해 양도소득 250만~3억원 구간에서 22%, 3억원 이상 구간에서는 27.5% 세율이 적용돼 채권매수세 위축이 불가피했다.
이 가운데 금투세 시행이 2년 유예되면서 올해 들어 다시 눈에 띄게 채권을 사들이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일까지 일평균 순매수 규모는 1438억원으로 지난달(814억원)보다 77%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높아진 금리와 은행예금 대비 절세 효과 등으로 채권의 매력이 높은 상태에서 올해 예정돼 있었던 금투세도 2025년으로 유예됨에 따라 채권의 상대적 매력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올해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회사채 투자를 해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 매력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행상 ISA로는 예·적금과 상장주식 등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국채를 통한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회수기간) 베팅과 만기가 짧은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 모두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간 수용할 만한 적정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언젠가 주어질 자본차익의 선택권을 취할지 또는 짧은 만기의 고금리 채권을 선택할지는 개인 각자의 성향과 자금 수요 스케줄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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