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신년 키워드서 사라진 ‘블록체인’…찬바람 분다
CEO들 신년사서 자취 감춰…’게임’ 본연 집중
다음 ‘불장’ 기다리는 게임사들…사업 지속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게임업계의 신년 단골 키워드였던 ‘블록체인·메타버스’가 자취를 감췄다.
최근 글로벌 거시 경제 악화로 인해 게임업계가 신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블록체인 시장에까지 한파가 불어닥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 사업을 전개하기 보다는 기존 주력 사업인 ‘게임’에 집중하며 미래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8일 블록체인·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그룹, NHN 등 국내 주요 게임사 대표들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신작 출시 등 본연의 게임 사업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몇년 간 블록체인·메타버스 사업을 신 성장 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나마 블록체인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위메이드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정도다.
◆”시대적 물결”이라더니…시장 침체 무시 못해
작년만 해도 송재준·이주환 컴투스 대표는 “지금 우리 앞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시대적 물결이 메타버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고 ,이용국 컴투스홀딩스 대표는 “블록체인, P2E,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미래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작년 신년사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오픈 게이밍 블록체인을 완성하고, 위믹스를 명실상부한 ‘게임계 기축통화’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비욘드 게임’을 강조하며 “프렌즈게임즈, 카카오VX, 세나테크놀로지, 넵튠 등 계열사들과 함께 ‘메타버스’, ‘NFT’, ‘스포츠’ 세 분야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나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1년 만에 게임사 대표들의 기조가 바뀌었다. 특히 일부 게임사들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매각해 생태계 확장이란 명목으로 활용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시장 전반에 불신을 키운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위메이드가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를 매각한 자금으로 선데이토즈를 인수하고, 유통량 논란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퇴출이라는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 침체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가상자산을 직접 발행한 회사 입장에서 관련 키워드를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호황을 누리던 작년만 해도 게임사들이 텔레그렘, 디스코드 등에 투자자 커뮤니티 채널을 열고 활발하게 소통했는데, 최근엔 이마저도 꺼리는 분위기다. 한 커뮤니티 참여자는 “상승장 때는 AMA(Ask me anything) 등 소통에 적극적이더니, 최근에는 수개월 간 관리자가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게임사 가상자산 -90% 수두룩…다음 불장 기다리며 사업 계속
실제 빗썸 거래소 시세를 보면 넷마블이 발행한 가상자산 ‘마브렉스(MBX)’는 최고점 6만8000원에서 1300원대로 급락했다. 네오위즈홀딩스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핀의 가상자산 ‘네오핀(NPT)’은 한때 3만62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800원대로 떨어졌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BORA)’는 최고점 1985원에서 130원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2021년 말 2만9400원까지 치솟으며 주목을 받았으나, 유통량을 허위 공지했다는 이유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현재는 해외 거래소와 국내 중소 거래소인 지닥에 상장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6일 기준 개당 가격은 450원대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산업은 언제든 성장 기회가 있는 만큼 게임 개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고, 시장 상황에 맞춰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가상자산 침체기에서도 좋은 프로젝트들은 성장세를 이어나갔던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충실히 이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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