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은행권이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실상 ‘성과급을 줄이라’는 압박에 나섰다. 경기침체 우려 등 서민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고금리 대출로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성과급을 줄이라는 우회적 압박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 직원들이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게 과연 맞냐는 취지다.
실제 은행들의 고금리 대출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줄어든 반면 대출금리는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연계돼 작동한다. 예컨대 예금금리가 줄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하락하고, 코픽스로 기준을 정하는 대출금리도 줄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출금리가 줄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은행들이 금리인상 시기를 틈타 부당하게 금리를 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고강도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성과급 잔치’를 비판한 이유는 비단 ‘이자장사’ 때문만은 아니다. 과도한 성과급 잔치가 자칫 자본적정성 악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상황이 터졌을 때도 은행들에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자제하라고 했다. 은행의 자금중개 역할이 중요한 만큼 자본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유지하라는 뜻이었다.
금융당국은 현재 경제상황도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다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치는 등 복합경제위기 조짐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금융당국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에도 은행의 단축 영업이 지속돼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금융 노사는 여전히 영업시간 복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으로 복원하는 게 국민 정서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은행 영업시간을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 보호를 경시하는 은행 태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횡령, 펀드 불완전판매를 언급하며 은행의 소비자 보호가 부족하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 생활의 편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은행들이 대승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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