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막대한 부채에서 시작해 수 십억 달러 가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만든 이가 있다. ‘인도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폴리곤(Polygon)의 공동설립자 산디프 나일왈(Sandeep Nailwal)의 이야기다.
갑자기 왜 폴리곤인가? 2023년 글로벌 벤처 캐피털이 주목하는 곳이 바로 인도이기 때문이다. 블록템포 등 매체에 등장한 폴리곤과 창업자 산디프의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 블록체인, 폴리곤에게 길을 제시하다
현재 폴리곤은 개발자와 프로젝트에게 사랑받는 퍼블릭 체인 중 하나다. 폴리곤은 멀티체인 시스템으로 여러 블록체인과 네트워크의 상호 연결을 지원한다.
하지만 폴리곤 네트워크가 톱15 암호화폐에 올라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는 칭호를 갖기 전까지 ‘매틱(MATIC)’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적다. 폴리곤은 어느 날 암호화폐 시장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했다.
폴리곤은 이더리움 레이어2(Layer2) 확장 솔루션을 기반으로 구축된 퍼블릭 체인이다. 이더리움과 비교할 때 폴리곤은 속도, 확장성, 사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인도 토종 블록체인 폴리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게 했고 이더리움과 호환되는 멀티체인 생태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이 플랫폼은 지분증명(PoS) 합의 메커니즘을 사용해 온체인 트랜젝션을 처리하고 동시에 이더리움에서 보안을 확보한다.
폴리곤은 작년 7월 레이어2(Layer2) 솔루션 가상머신 zkEVM을 공식 런칭했고, 10월에는 퍼블릭 테스트넷을 런칭했다. 당시 폴리곤은 이더리움 가상머신(EVM)과 호환되는 영지식증명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레이어2를 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폴리곤은 높은 트랜젝션 처리량, 낮은 대기 시간과 낮은 비용 등 전면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폴리곤은 자체 가상머신 런칭을 위해 2021년 8월 무려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 확장 솔루션인 에르메스 네트워크(HermezNetwork, 현재는 Polygon Hermez라고 부름)를 사들였다.
그리고 작년 12월 16일 폴리곤은 zkEVM에 대한 포괄적인 보안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감사는 zkEVM의 정확성과 안정성 두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메인넷을 가동하기 전 테스트넷에서 완료해야 하는 마지막 핵심 단계로 꼽힌다.
# “지식이 운명을 바꾼다”
폴리곤의 공동설립자 산디프 나일왈(Sandeep Nailwal)은 인도 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개발자로 살아온 산디프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한번도 기업가가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한때 막대한 빚더미에 앉기도 했던 그는 지금 수 십억 달러의 기업 폴리곤을 이끌고 있고 폴리곤을 웹3(Web3)에서 가장 빛나는 회사 중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인도 델리에서 야무나 강 서쪽은 부유한 지역이다. 반면 강 건너편 동쪽 기슭은 ‘잠마-파르(Jamna-Paar)’, 즉 빈민가로 부르고 이곳 거주자는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산디프 나일왈의 가족은 오래전부터 야무나 강의 동쪽 기슭에서 살아왔다.
산디프는 람나가르(Ramnagar)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이후 가족이 델리로 이사했지만 델리에서 그들의 가족은 슬럼가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가장 낮고 비천한 일을 하는 데 익숙했고 그의 할아버지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그의 동네에서는 10학년(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산디프의 아버지 그런 사람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가정 폭력을 일삼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산디프는 이 삶을 벗어나려는 동기를 얻었고 그는 학업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산디프는 말한다. “나는 항상 내가 거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작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고, 지는 것을 싫어했지만 성공하는 방법을 몰랐다. 모두가 나를 놀렸다.”
이는 확실히 산디프의 개인적 성공과 폴리곤에서의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됐던 것 같다.
“내 가족과 내가 자라온 환경속에는 내가 절대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예가 여럿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문제를 알게 된 뒤부터 나 역시 존중받지 못했다.”
내면의 복잡함은 산디프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오늘날 산디프와 그의 공동 창립자가 이끄는 폴리곤은 글로벌 업계의 리딩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40,000개 이상의 탈중앙화 응용 프로그램이 함께 하고 있다. 기본 토큰인 매틱(MATIC)의 시장 가치는 11일 오전 11시 현재 74억 8,630만 달러를 넘는다.
# “상황을 깨고 모험적인 사업을 하자”
산디프는 마크 저크버그와 페이스북의 성공을 자신이 인터넷 기업가로서 걸어가야 할 모델로 삼고 있다. 그는 적극적인 가이드, 기업의 멘토, 엔젤 투자자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익숙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산디프는 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컴퓨터 공학과 MBA 과정을 마친 그는 대출금을 갚고 집을 사기 위해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시아 최대 방직회사인 월스펀(Welspun)의 기술부문과 딜로이트(Deloitte)에서 일했다.
“속된 말이지만 집을 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도에서는 남자가 집이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내 아내는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고 임대 주택에 살아도 된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창업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내의 지원이 있었고 창업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자 그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2016년 초 사디프는 블록체인 서비스 스타트업인 스쿠프 위버(Scope Weaver)를 설립했다.
#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에 의기투합해 폴리곤 창업”
나중에 사디프와 함께 폴리곤을 공동 설립한 하우징닷컴(Housing.com)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JD 카나니(Kanani)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약점을 발견했다.
이더리움 창시자들은 이더리움이 지금처럼 대량 채택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이 초당 수 십만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대규모 함수를 작성하지 않은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NFT 프로젝트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네트워크 정체를 일으키자 JD 카나니는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바로 깨달았다.
“당시 ICO 열풍이 불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온라인에 백서를 게시하면 제품을 보여주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실패였다”고 사디프는 회상한다.
JD 카나니와 사디프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마음이 맞았고 그들은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사디프, JD 카나니, 아누락 아르준(Anurag Arjun)은 매틱 네트워크(MATIC 네트워크)를 시작했다.
트리오는 뭄바이에 사업장 주소를 등록하고 방갈로르에 있는 집에서 일했다. JD 카나니는 프로그래밍 및 엔지니어링 측면을 처리했고 사디프와 아누락은 다른 업무를 맡았다. 당시 매틱(Matic)은 프로젝트를 위해 1,500만~2,000만 달러를 쉽게 모금할 수도 있었지만 누구도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디프의 철학과 맞지 않아서였다.
“매틱은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부득이 느린 성장 방식을 택해야만 했다. 나에게는 우리가 무한한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전부였다. 처음 몇 년 동안 외부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우리의 잠재력과 비전을 제한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매틱은 제품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한된 자금을 투자 받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공동창업자들이 보유한 매틱 토큰 보유량 중 일부를 IEX 오퍼링을 통해 팔아 바이낸스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았다.
“자금을 더 모으지 않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고 사디프는 말했다.
# “인도인이 웹3 회사 하면 안되나”
창업 이후의 나날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타격이 매틱 네트워크에 찾아왔다.
제품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2018년에 시작된 약세장은 회사의 자금을 빠르게 고갈시켰다. 이때 사디프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봤다.
“스탠포드나 일류 대학 출신들은 여전히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소프트웨어 인프라 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더라. 실리콘밸리 내부자들은 우리같은 인도 창업자들을 ‘파지트(pajeets)’라고 불렀다. 경멸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말이었다.” 역시 사디프의 말이다.
매틱은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사디프는 “일부 투자자들은 인도 스타트업을 존중하지 않았고 소개를 하기도 전에 매틱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어둠의 끝에서 빛이 찾아왔다.
매틱의 비전을 믿었던 세르비아 출신 엔지니어 마하일로 브예리치(Mihailo Bjelic)가 공동 창립자로 합류했다. 지속하고, 지속하고, 또 지속하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던 그들에게 마침내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2021년 공동 창립자들은 매틱의 문제에 대해 더 폭넓은 접근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단지 지분증명(PoS) 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아이디어를 사용해 이더리움 주위에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 인터넷을 구축하자고 했다. 같은 해, 그들은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큐반(Mark Cuban)의 관심을 끌었고 그로부터 공개되지 않은 금액을 투자받았다.
그들은 그때 세운 생각의 경로를 따라 매틱을 폴리곤(Polygon)으로 변경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2021년에는 폴리곤에 많은 이정표가 있었다. 개발자가 내장 EVM과 플러그형 모듈 세트를 사용해 이더리움 호환 체인을 빠르게 배포할 수 있는 SDK를 출시했다. 또한 세콰이어 캐피털 인디아가 주도하는 대규모 VC 펀딩을 통해 평가 가치 144억 달러로 4억 5천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 “지금의 폴리곤은 매우 작기도 매우 크기도 하다”
2021년 중반 당시 폴리곤 플랫폼에서는 약 400개의 탈중앙화 응용 프로그램이 운영중이었다. 현재는 이미 40,000개가 넘는다. 또한 메타(인스타그램), 스타벅스, 레딧(Reddit), 나이키 등의 회사와의 글로벌 협력을 통해 대중들에게 웹3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NFT도 폴리곤 체인에서 발행됐다. 업계를 선도하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사디프는 ‘빅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지만 그는 그런 걸 싫어한다.
“정상에 도달한다 해도 나는 우리가 작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야 나를 몰아붙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반드시 정상에 도달해야 하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3대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나는 성공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고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이제 우리는 인도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모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책임이고 여기에서 실패할 수는 없다.”
사디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시간의 지점이 한데 모여 오늘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폴리곤을 구축하기 시작한 초창기의 결정을 여전히 믿고 있다.
# “고난은 재산이자 고통이다”
사디프는 ‘잠나-파르(Jamna-Paar)’에서 이미 먼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당시의 성장 경험은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영향으로 남아 있고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고 했다.
최근에도 그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약을 먹고난 뒤에야 나 자신처럼 느낄 수 있다. 약이 없으면 매일의 상태가 삶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천천히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에 아기가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다. 명상에 대한 탐구에도 관심이 있다. 내 정신적 여정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곳에서 나온다. 소극적인 모든 생각은 자기구속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문제에 맞서기로 결심했고 그런 뒤부터는 자신의 정신 건강과 스트레스 관련 문제에 대해 주저없이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히려 그는 각종 어려운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사디프는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인도인을 돕기 위해 커뮤니티 운영기금인 ‘크립토 릴리프(Crypto Relief)’를 가동했는데, 총 4억 7,5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집했다. 지금까지 이 기금은 5,800만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이에 대한 공개 감사 보고서도 냈다.
그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여러 지역사회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이 사람들에게서 자신과 가족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런 지역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약간의 돈을 기부하고 있다. 누군가 결혼식을 올릴 돈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리가 도울 수 있고, 우리 부모님은 그 사람들의 하객이 되어 결혼식장을 찾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라고 사디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현재 사디프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의 임무는 폴리곤을 세계 3대 웹3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마음을 좀 내려놓고 인생을 먼저 즐기라는 말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은 사명을 위해 내달리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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