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올해 첫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가 꺾이고 있지만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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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금통위는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인상에 나서면서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10일(4.0%) 이후 1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초까지 5%내외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5.0%로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6.0%), 7월(6.3%) 2개월 연속 6%대까지 치솟았다가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가 10월(5.7%) 다시 확대됐다. 11월(5.0%)에는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으나 12월에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폭 축소, 국제유가 반등,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14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 역시 1240원대로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3.8%로 6개월 만에 4%대 아래로 내려갔다. 물가 하락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돈다.
부동산 시장 냉각, 대출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가계대출은 감소 전환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은 3000억원 줄어든 175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으로 1.25%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 역전폭도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4.25~4.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다시 1.0%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5%로 올리고, 한은도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 되면 한국과의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 2000년 10월 기록한 1.5%포인트 였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1440원선을 돌파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피봇(정책 선회) 기대감이 이어지며 1240원대로 내려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45.8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 1300~1320원대 였던 것과 비교해 80원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점차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긴축 기조가 상당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이 총재 역시 신년사에서 “올해도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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