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타로핀] ‘오랜만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우리 동네 목욕탕을 찾았는데, 왜 한 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인 거야. 꼬질꼬질하고 지저분한 내 모습 그녀에게 들키지 말아야지 하면 벌써 저기에서 그녀가 날 왜 어이없이 바라볼까.’
삼촌이 소싯적에 흥얼거리던 노래는 DJ DOC의 머피의 법칙이었다. 하는 일마다 계속 꼬여버리고, 잘못 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돼버리는 상황을 일컫는다.
속칭 재수 옴 붙어버린 머피의 사연을 담았는데 코인판에도 살아있는 머피가 있다. 바로 페이코인 되겠다. 페이코인의 수난사는 거래소의 삽질 역사를 기록한 동시에 거래소가 싸지른 똥을 몸에 덕지덕지 묻히게 된 사연이다.
사실 페이코인의 시작은 더 이상 순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휴대폰 결제 대행을 하던 다날에서 발행해서 배후가 든든했다. 돈이 부족하지도 않으니 ICO나 IEO를 통한 모금도 필요 없었다.
하룻밤 사이 가격이 2,000% 폭등을 해서 공중파 매스컴을 타기도 했고, 아이스크림을 사 왔는데 돈이 더 늘었다며 맘까페와 뽐뿌에는 페이코인 이벤트로 도배가 되었다. 문제는 호시절이 딱 거기까지였다는 거다.
# 줄을 서서 똥을 싸다
첫 번째 똥은 업비트 거래소에서 클레이튼의 상장을 진행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뿌직거리며 나왔다. 양사의 뿌리를 타고 거슬러 가면 카카오 회사와 연결되어있다. 덕분에 업비트에 클레이튼이 상장하면 셀프 상장이라며 비난 받았다. 이로 인해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의 상장이 막혔는데…
왠 걸. 다날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식을 보유한 상태라 페이코인은 엉겁결에 이미 상장되어 있던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상장폐지를 당했다.
두 번째 똥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던 역대 잡스캠 거래소들이 뿌직했다. 부실 거래소를 막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업체만 코인 사업이 가능해졌다. 기존은 페이프로토콜이 발행한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면, 다날이 페이코인을 현금으로 바꾸고, 다날핀테크가 가맹점에 현금을 지불하는 삼위일체 구조였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다날이 본업을 버리고 가상자산사업자로 전업할 수 없기에 페이프로토콜이 매매와 정산을 다 짊어지고 홀로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했다.
세 번째 똥은 코인러 모두가 실시간으로 연대 고통을 받는 FTX 거래소의 무척 크고 굵은 똥이다. FTX 거래소의 자체 코인 FTT의 담보가치 산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 드러난 탓에 터진 사건이었다. 국내 당국에서 부랴부랴 거래소의 자체 발행 코인을 조사 했다고 하는데…
사업구조를 바꾼 덕분에 페이프로토콜의 페이코인은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이 돼버렸다. 당국의 레이더에 딱 걸렸다.
네 번째 똥은 고팍스 거래소에서 사용자의 예치금 지급 불능 상태에 처해서 뿌직 중이다. 고객의 예치금을 받아다가 제네시스 캐피탈에 운용을 맡겼지만 돌려받지 못하는 중이다. 600억원 가량의 피해 예상액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는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제공한 은행이 전북은행이다.
맞다. 페이코인이 실명계좌를 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그 전북은행이다. 라인을 잘 못 택한 결과는 매매와 정산이 가능한 매매업자로의 변경 수리에 대한 금융위의 거부였다.
# 똥 싼 놈이 화낸다더라
금융위는 페이프로토콜의 변경 신고 불수리 판정을 때리면서 한 달의 정리 기간을 줬다. 이 기간 이후로는 페이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서 정산해주는 게 불가능해진다. 다른 결제용 플젝과 달리 대형 프렌차이저를 가맹점으로 포섭했던 큰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페이코인으로 결제를 받아줄 가맹점이나 원화를 취급 안 하는 해외 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
아이러니 한 건 불수리 통보 직후 다 같이 유의 지정을 때린 거래소들이다. 자기 거래소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가 지연될 때는 업비트의 독주가 우려된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던 닥사 소속 거래소나,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한동안 원화 마켓의 셔터를 내리고 개점휴업 했던 닥사 소속 거래소가 이럴 때만 일심단결로 뭉쳤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원화마켓만 닫고 장사를 계속하지만, 페이코인은 실명계좌가 없다며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상황이라고 말한다.
딱히 플젝이 나서서 사고 친 건 없지만 페이코인은 굵직한 거래소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같이 똥물을 뒤집어 쓰는 중이다.
이 정도면 페이프로토콜 팀원 중 전생에 일본 쾌속선의 노잡이 출신이 있음이 분명하다. 밀려오는 똥물에 맞서 양손에 휴지를 들고 오른손으로 홀더의 눈물을, 왼손으로 거래소 똥을 닦아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양손을 모아 조선 수군의 위령제라도 빌어야 하지 않을까.
원화 거래를 위한 실명 계좌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제사상 돼지머리의 입에 현금을 물려보자. 싸다고 제사상에 수입산 돼지머리를 쓰면 조상님이 노하시니 꼭 한돈으로 구해보자. 싸다고 피자만 할인하지 말고 뜨끈한 국밥도 이벤트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자는 자주 먹으니 삼촌이 느끼해하더라.
*본 칼럼은 필자의 의견으로 블록미디어의 취재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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