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7개월만에 1230원대 기록
주가 하락에 환손실 합하면 60%대 손실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달러 가치가 연일 급락하니 아무것도 안 해도 자고 나면 계좌에 몇 백 씩 마이너스가 찍혀 있어요. 달러가 1500원까지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해 9월 말께 미국 주식에 1000만원 가량 투자했는데 이제는 무서워서 주식 계좌도 못 들여다 봅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박현배(26·가명)씨는 주식 거래창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국내 주식에 투자해 왔다 쪽박을 찬 박씨는 지난해 9월 말께 미 주식으로 갈아탈까 말까를 두고 망설였다.
처음엔 1400원대를 넘은 원·달러 환율이 마음에 걸렸지만 곧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달러에 투자해야 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달러 가치가 오르기 전인 올해 초 테슬라를 매입한 지인들이 주가는 하락했지만 환차익으로 이득을 봤다는 말도 했던 터였다.
박씨는 “환율이 이렇게 갑자기 하락할 줄도 몰랐고, 테슬라가 오너 이슈 등에 곤두박칠 칠지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주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상투를 잡은 환율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
원·달러 환율이 7개월만에 장중 1230원대를 하향 돌파하는 등 원화 가치가 큰 폭 오르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해 미국 주식에 투자한 이른바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45.8원) 보다 4.5원 하락 124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 31일(1237.2원)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는 국내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에만 테슬라를 8억5553만 달러 매수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1430.2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1조2235억원이다.
지난해 9월 말(현지시간) 한 주당 265.25 달러 였던 테슬라 주가는 12일 123.56달러로 반 토막 났다. 연초 중국 공장 패쇄, 가격 하락 등 이슈까지 겹치면서 108.1달러까지 내려왔던 것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올라왔지만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손실액이 늘고 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430.2원에서 13일 현재 1241.3원으로 1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53.4%나 폭락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달러 가치 하락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이 마이너스 66.6%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약 달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가파른 금리 인상 우려가 진정되고 있고 이로 인해 달러 가치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게 등도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 압력 둔화되며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재차 강화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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