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 하회 전망도
#”당분간 높은 변동성 유의해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의 고강도 긴축 움직임에 지난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킹달러’ 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7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인 101선까지 밀려났고, 원·달러 환율도 올 들어 1230원대까지 곤두박칠 쳤다.
전문가들은 미 인플레이션 둔화로 긴축 우려가 완화된 데다,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 기대감,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14일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4.5원 하락한 1241.3원에 마감했다. 한 때 1234.5원까지 내려가면서 장중 저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21일(1233.8원) 이후 7개월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22일 1400.7원으로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마저 넘어서더니, 같은해 10월 25일에는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찍었다.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것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엔 달러 인덱스도 114를 돌파하면서 2002년 5월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지속하던 환율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가파르게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달 동안 105.5원 빠진 데 이어 지난달에도 54.3원이나 내려가는 등 두 달 동안 160원 가량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도 크게 내려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지난해 9월 말 114선까지 오르면서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101선으로 내려섰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화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물가가 꺾였다는 기대감에 미 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화되며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5%로 전달(7.1%) 보다 큰 폭 둔화 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긴축이 당초 전망보다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인덱스가 조만간 100선을 밑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 연준 위원들은 최종금리 수준이 5%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 놓으며 피봇(정책 선회) 기대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미 연준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최종금리 5.1% 도달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면서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위안화 강세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험선호 심리도 살아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연초부터 1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2조9199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1조6995억원 어치 순매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한 달 동안 팔아치운 것 이상으로 사들인 것이다.
반면 미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5% 이상의 최종금리를 염두해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20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주간 평균(21만8000건)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것은 금리 인상에도 경제가 버틸만 하다는 것으로 긴축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미국의 긴축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져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최종금리 레벨이 낮아지거나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들이 상대적으로 강세 압력을 받게 된다면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깰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고,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조정을 할 경우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1100원대 중·후반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올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1200원을 하향 이탈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고 유가가 하락해 인플레 압력이 더 낮아지는 등 전제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시점을 3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1200원 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렵고 1240원~13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정점 등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신호가 확인되고 경기 침체 우려에 금리인하 얘기까지 나온다면 그때는 달러 인덱스가 100선이 깨지고 환율도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미 연준의 긴축속도 기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 부장은 “연초부터 중국 경제 회복 및 연준의 긴축속도 완화 기대에 따른 다소 과도한 주식, 외환시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인사들이 높은 수준의 물가로 인해 5% 이상의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연준의 정책 전환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시장이 정책을 선반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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