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장악 공화당, 31.4조 달러 채무상한의 증액에 조건 내걸어
재무부, 6월까지 예산간 전용으로 ‘새 빚 안 내기’에 전력투구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19일로 국가채무 상한에 도달했다.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갈 지출이 많는 상황서 의회 규정에 걸려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는 궁색한 처지에 몰렸다.
이날 조 바이든 정부의 국가채무 총액는 재무부가 예고했던 대로 31조4000억 달러(3경8900조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1년반 전 의회가 28조 달러에서 증액해주고 새로 설정한 채무 상한선이다. 1년 반 동안 연방정부는 세금 등 총수입 말고도 3조 달러가 넘는 국가 빚을 내 지탱해 왔지만 빚을 낼 수 있는 행정부 권한이 이날로 소진된 것이다.
집권 민주당이 지난해 중간선거 직전처럼 상원과 하원을 다 장악하고 있으면 2021년 때처럼 우격다짐으로 다시 새 채무상한선을 올려줄 수 있으나 지금은 하원이 공화당 손에 들어갔다. 이 공화당 하원은 바이든 정부가 여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채무상한 증액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기에 맞서 조건 걸린 채무상한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대통령이 이렇게 맞받아치고 나오는 것은 재닛 옐런 장관의 재무부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특단의 회계적 비상조치를 통해 6월까지 5개월 간은 ‘더 이상 빚을 지지 않게’ 예산을 이리저리 변통하는 돌려막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5개월 동안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이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미국 연방정부는 2011년 때처럼 돈은 줘야 되는데 빚도 못내 줄 돈이 없어 채무불이행(디폴트) 국가가 되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는 거의 항시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많은 적자 재정이 기본인 만큼 빚을 내야만 한다. 그대로 두면 빚쟁이 국가가 될 것으로 보고 의회는 1938년 행정부가 빚을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상한선을 의회가 정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총수입과 총지출이 똑같아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균형재정 원칙이 아니라 적자 재정을 용인하되 그 규모를 국가채무 상한으로 제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시작되었으나 12월29일에야 확정된 회계연도 2023의 미 연방정부 총예산은 5조8000억 달러다. 세금 등 총수입은 4조6000억 달러에 그쳐 1조2000억 달러가 적자, 즉 새로운 국가채무인 것이다. 이는 예산안 통과와 함께 의회가 인정한 사실이다.
공화당 하원은 마침 도래한 국가 채무상한 증액을 지렛대 삼아 신규 국가채무를 대폭 줄여보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올해는 회계연도 끝인 9월30일까지 1조2000억 달러(1450조원)의 새 빚이 생길 수밖에 없다. 1월12일에 연방 국가채무는 31조3000억 달러였다. 그것이 1주일 새 1000억 달러가 늘어 상한선 31조4000억 달러에 달해 재무부의 돌려막기가 유일한 구조 수단이 된 상황이다.
즉 재무부는 예산에 책정된 신규 투자 등을 보류하고 거기에 쓸 돈을 꼭 줘야하는 연방 공무원 월급, 노령 국민연금과 노령 의료보조 그리고 미 국채 보유자에 대한 정기이자 지급 등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 돌려막기를 5개월 동안 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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