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비트코인이 다시 23K를 넘었을 때 2019년 봄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강남 테헤란로에는 봄이 없었습니다. 탈블(탈출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나돌았죠.
점심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이름 모를 작은 꽃을 한 주 샀습니다. 오천 원인가 줬습니다. 책상 위에 두고 가끔 물을 주는 게 다였습니다. 기사도 없고, 밋업도 없고, 코인 가격은 더더욱 보기 싫던 시절입니다.
2020년 가을까지 서너 번 이사를 한 것 같아요. 옮길 때마다 사무실 평수가 쪼그라들었습니다. 화분은 버리지 않고 들고 다녔습니다. 꽃망울도 맺지 못하는 녹색 줄기 하나를 우두커니 보고 있었습니다. 꽃은 금방 저버렸습니다. 다시는 꽃을 틔우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해 겨울과 이듬해 봄 사이, 아무런 기대도 않고 있을 때,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꽃이 만개했습니다. 여기저기 줄기가 뻗고, 꽃봉오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2021년 내내 꽃이 그치지 않고 피었습니다. 기사거리도 많았습니다. 코인 값도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꽃이 사라졌습니다. 2022년에는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굵은 줄기가 5개 넘게 나왔는데도 꽃 소식은 없었습니다.
“죽었나? 이제 정말 끝인가?”
테라-루나 사태에 FTX 파산까지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책상 옆 화분을 봤습니다. 화려한 꽃들이 다시 한 가득 피었지 뭡니까.
이 녀석은 한겨울에만 꽃을 피우는 모양입니다. 겨울을 이겨 내다니, 대견합니다.
빨간 꽃이 가득한 굵은 줄기 틈에 야리한 줄기가 하나 있습니다. 몇 주 째 꽃봉오리가 나올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웁니다. ‘야리야리’ 줄기까지 꽃을 틔우면…
올해는 화분의 주인공이 바뀔 것 같습니다. 크고 굵은 줄기에서 핀 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야리야리’를 햇빛 잘드는 방향으로 슬쩍 돌려놨습니다. 선수 교체입니다. 꽃의 이름은 칼랑코에(Kalanchoe), 꽃말은 ‘설레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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