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고 있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50~4.7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40여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가 지속되자 지난해 초 0.25%였던 금리 상단을 8차례 인상하면서 올해 4.7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다만 연준은 물가 지표가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대 0.75%포인트 인상을 거듭하던 금리 인상 속도가 차츰 줄어들면서 이번엔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금리 인상 속도는 낮췄지만 이날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지 확신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또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는다”라며 연내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또다시 속도를 조절한 데 대해 연준이 이미 취한 조치들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볼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더이상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80% 이상이라고 예상했다.
이후에는 5월, 6월, 7월, 9월 FOMC에서는 금리를 유지하다가 11월과 12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우리를 믿어달라,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은 믿지 않고 있다”며 “연준과 시장과의 단절이 결국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11월 이후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신용 환경이 완화했고 경기가 오히려 부양되고 있다고 봤다. 연준이 경기를 식히기를 원하지만 주가의 반등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필요 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장을 연준을 믿지 못하는 이유에 연준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긴축 발언을 단순한 농담처럼 듣거나 연준도 스스로 못믿는 것 같다고 생각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봤다.
건들락은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의 문장 끝에 복수형을 뜻하는 ‘s’를 붙여놓고 아무것도 안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FOMC 이후 발표한 성명에 ‘여전히 목표 범위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건들락은 “올해 하반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신하지 않는다”며 “올해 금리 인하 여부는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동전 던지기처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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