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겉모습만 같아…내용물은 ‘증권’
코인과 다르게 발행자 ‘채무 이행’ 전제
투자자 보호장치 및 자산 유동화가 ‘강점’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미래 모든 자산은 ‘디지털화’된다. 이 한 줄이 토큰 증권(Security Token, STO)의 출발점이다. 주식·채권과 같은 ‘유가증권’뿐 아니라 부동산·금과 같은 ‘실물자산’, 저작권·특허와 같은 ‘무형자산’까지 거의 모든 자산을 디지털 수단인 ‘토큰’으로 발행한 것이 토큰 증권이다.
이름부터 ‘토큰’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코인(가상자산)’과의 차이점에 관심이 쏠린다. 즉 토큰 증권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코인’과 명확히 다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차이점을 이해하면 토큰 증권에 대한 개념도 명확해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반 코인과 뭐가 다른가
토큰 증권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엄연한 ‘증권’이다. 다시 말해 토큰 형태로 발행된 ‘증권’이라는 점에서 증권의 새로운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토큰이란 새로운 ‘형태’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겉 포장지는 ‘토큰’이지만, 속에 담긴 내용물은 ‘증권’이라는 점에서 토큰 증권을 이해하려면 증권에 대한 정의를 알아야 한다. 증권의 정의는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그 공통분모는 계약 관계의 존재다. 증권의 정의는 계약 관계 성립에서 시작한다. 증권 보유자는 발행자를 대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발행자는 이를 이행할 ‘채무’가 있다. 증권의 가치는 발행자의 채무 이행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코인과 차이점이 발생한다. 코인은 증권과 같이 코인 보유자와 발행자(채굴자) 간 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코인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이견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
코인을 증권으로 보지 않는 이들은 보유자와 발행자 사이에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상자산의 보유가 발행자의 손익에 대한 권리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코인을 증권으로 주장하는 이들은 문서화된 계약은 없지만 ‘정황상’ 계약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계약 관계가 모호한 코인과 다르게 토큰 증권은 ‘증권’이기 때문에 보유자와 발행자 간 계약 관계가 명백하게 성립한다. 전 세계적으로 토큰 증권이 각 나라의 기존 증권법을 최대한 적용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토큰 증권, 왜 필요한가
토큰 증권의 존재가치 또한 코인과의 차이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계약 관계로 맺어진 ‘발행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 증권을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으로 본다면 기존 자본시장 제도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루나-테라 사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정보격차와 불공정거래 취약성이 크게 드러났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수준이 낮은 점이 확인됐다”며 “국내 STO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토큰 증권 예탁기관의 고객자산보호의무와 면책규정, 토큰화된 저가증권의 투기성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자산의 유동화’다. 특히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를 통한 유동성 개선은 여러 유형의 투자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대형 상업용 빌딩, 선박금융 등 투자 접근성이 낮은 자산에 대한 투자 진입장벽을 낮추어 다양한 투자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효과가 대표적이다. 즉 리츠와 ETF와 같이 새로운 영역의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것이다.
이외에도 자산의 유동화는 자금조달 능력 개선과 가격 발견 등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업계 역시 토큰 증권이 필요한 이유가 이같은 가치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내세운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각 국가 고유의 규율체계에 따라 토큰 증권 시장의 발전과정은 다른 형태를 보일지언정 모든 국가의 자산 토큰화의 최종 목적지는 자산의 유동화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규제당국을 포함한 토큰 증권에 관여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점에 대해 확실하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큰 증권의 유통 체계에 대한 여러 솔루션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를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토큰 증권 시장을 육성하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자산 유동성의 극대화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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