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25년 동안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외환시장의 문을 열기로 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은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자칫하면 대규모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게되면 흥행에 실패를 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활성화 될 경우 국내 은행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런던시장 마감 시간에 맞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고,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은행간 시장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1948년 이후 70년 넘게 유지돼 온 국내 외환시장 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되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이를 통해 외국인의 외환시장 접근성이 제고 되고, 외환시장 거래 규모 확대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시장 참여자들은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외환시장 개방으로 대규모 외국인 자본 영향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유동성이 낮은 야간 시간대의 경우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외환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등 ‘흥행’에 실패할 경우 NDF 시장에서의 원화거래를 서울 외환시장이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NDF는 런던과 뉴욕 등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달러로 정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NDF거래는 차액만 달러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에 원화 현물환 거래로 얼마나 흡수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며 “거래 편의성을 높여 제도권으로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부작용을 줄이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간 시장은 열어 놨는데 국내 외환시장에 외국 금융기관이 활발하게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시장 유동성은 없고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져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RFI가 지나치게 활성화 될 경우 국내 은행의 영향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섹션장은 “거래 주도권을 역외 금융기관이 가져가고 기존 참여자인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현물환 시장 뿐 아니라 NDF시장 역시 보완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내은행의 NDF 접근성은 외은 지점보다 제한적”이라며 “야간 시간에 서울 딜링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고 은행이 야간시장에서 얼마나 의미있게 대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러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우려를 반영해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NDF 시장이 거래하기 더 편하기 때문에 개선 방안에 그 부분도 포함해 고민할 것”이라며 “유동성이 확보돼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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