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러시아는 3월부터 석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씩 줄일 방침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이에 국제 기준 브렌트 유가가 이날 런던 시장서 2.3% 올라 배럴당 86.65달러에 거래되었다.
러시아는 원유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하루 1100만 배럴을 생산했으며 서방의 경제 제재 후에도 대규모 감산 예상과는 달리 평균 1070만 배럴의 산유량을 보였다. 올 1월에는 1090만 배럴로 조금 늘었다.
러시아 산유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며 러시아는 하루 산유량 중 7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선두를 다투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 외에 정제한 석유 제품인 디젤유 등 정유를 하루 200만배럴 가까이 수출하고 있다.
전세계의 하루 석유 수요량은 1억 배럴이며 이 중 4000만 배럴을 러시아와 사우디가 주도하는 오펙(OPEC) 플러스가 수출 공급하고 있다. 4000만 배럴 중 러시아 비중이 800~900만 배럴을 차지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3월부터 50만 배럴을 감산하면 수출량도 그만큼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석유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서방 제재가 상한제로 구체화하면서 큰 난관에 봉착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우크라 침공과 관련, 서방 제재가 쏟아질 때 일시 석유 수출을 크게 줄였으나 곧 하루 30만 배럴 소에 그쳤다. 유럽에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던 러시아는 제재로 이 중 절반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 싼값에 팔면서 생산과 수출을 유지했다. 브렌트유가 80~100달러일 때 러시아 우랄유는 50달러 가격에 아시아에 팔렸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2월5일부터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을 90% 줄였다. 거기에 같은 날 G7이 주도하고 유럽연합과 호주가 호응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상한제가 개시되었다. 러시아산 석유를 배럴당 60달러에 살 경우 이의 수송을 위한 보험, 선적 등을 금지하는 조치이며 이 상한제는 유럽연합의 수입 금지와 역시 병행해서 2월5일 정유 제품까지 확대되었다.
러시아 유가가 상한제 전에도 배럴당 60달러 아래여서 상한제 개시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 예산 수입의 반을 차지하는 에너지수출 총수입이 1월에 46%나 감소해 당월 예산이 2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 외에 러시아는 유럽연합 국가들이 크게 의존해온 천연가스를 ‘무기화’해서 지난해 우크라 지원에 나선 유럽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4분의 1 정도로 격감시켰다. 이 가스 수입 격감 누적이 석유 수입 감소와 어우러져 여유있는 연금 등의 연방 예산과 우크라 전쟁비용을 대던 에너지 수입이 확 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3월 50만 배럴 산유감산 방침은 서방의 상한제를 무시하고 국제 유가를 끌어올려 에너지 수입을 늘이려는 속셈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 앞서 오펙 플러스는 코로나19 직후 감산했던 생산량을 증산 체제로 돌려 1년 가까이 매달 40만 배럴 씩 증산하다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으로 돌아섰다. 우크라 침공 후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택한 조치였다.
당시 인플레에 크게 시달리던 미국과 유럽의 요청과는 반대로 감산을 결정했던 것이나 유가는 중국의 코로나 재창궐 탓인지 지금까지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철칙을 포기하며 경제를 다시 개시하고 선진국들도 인플레가 조금씩 수그러지는 추세 속에 침체 진입 없이 경제 연착륙 및 활력 재기에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러시아는 감산을 통해 배럴당 60달러에 미달하는 자국 유가를 끌어올리고 동시에 서방의 상한제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해볼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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