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 물가 압력, 미국 보다 크지 않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반영 안돼”
#한은 “인건비·외식물가 상승세 둔화”
#”미국 보다 물가 더 빨리 하락할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5%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책임지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간 미국 등 주요국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주장과 이들 국가보다 더 오래 높은 물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더딜지, 빠를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6.0%), 7월(6.3%) 2개월 연속 6%대까지 치솟았다가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한 후 10월(5.7%) 다시 확대됐다. 11월과 12월에는 5.0%로 같은 수준을 보였으나 1월에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이번달에도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인의 금통위원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물가 지표는 금리를 결정할 때 한은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지표로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경우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한은 조사국 내부에서는 우리나라 물가 하락 속도가 미국보다 더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고 임금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미국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 물가 하락 속도가 미국 보다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노동시장의 타이트한 정도가 완화되는 모습이어서 임금상승에 의한 물가 상승압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미국의 경우 빈일자리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조기은퇴, 이민자수 감소 등 구조적인 노동공급 축소로 타이트한 고용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임금상승이 물가의 둔화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압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물가 하락 속도가 미국 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또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전년동월대비로 보면 미국에 비해 다소 완만한 모습이나 전기대비로 보게 되면 오히려 더 빠른 편”이라며 “주거비 항목의 경우 미국에서는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을 반영해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부진을 겪고 있는 양국에서 주거비 움직임이 차별화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련부서에 질의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경기 하강이 미국에 비해 일찍 시작기 때문에 주거비 상승률의 둔화 시점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며 “미국의 주거비는 소비자물가지수 내 가중치가 높아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조만간 주거비 오름세가 둔화될 경우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개인서비스 등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고, 전기요금 추가인상 등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물가 둔화 속도가 주요국 보다 더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확대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의 영향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여전히 물가목표를 큰 폭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물가오름세의 둔화가 전망되고 있으나, 근원 및 서비스 물가 등 기조적 물가압력이 여전한 데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중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의 하향 안정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내다봤다.
다른 위원도 “국제유가 하락, 내수 둔화 등으로 공급 및 수요 압력이 약화되고 있고, 주거비 관련 물가상승률도 전월세 가격 하락 등으로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둔화되고 감안할 때 상방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하락속도가 완만하다는 점, 전기요금 추가인상과 2차 파급효과 가능성이 크다는 점, 중국경제 반등에 따른 국제유가의 재차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여전히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의 물가상승세 둔화는 석유류,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때문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을 주로 반영하는 근원물가의 확산지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항목의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는 여전히 높다”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물가의 2차 파급효과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측면에서 최근의 노동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2월 들어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하락하고 노동수요에 민감한 임시서비스직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임금총액 및 상용직 정액급여의 상승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수요의 감소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지 관련부서에 질의 했다.
이에 대해 관련부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아직 없지만, 빈일자리율이 현저하게 높은 미국에 비해 노동시장이 타이트하지 않은 점, 인건비 반영도가 큰 외식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미국과 달리 지난해 10월 이후 우리나라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임금상승에 따른 물가의 둔화흐름 제약 정도가 미국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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