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될 것이란 경계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4.8원) 보다 14.7원 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기록한 연고점을 다시 경신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1원 상승한 1291.9원에 개장했다. 장 시작 후 낮 12시 3분께 1300원을 넘어서더니 1303.8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13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20일(1305.0원) 이후 2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거래일 동안 30.1원 급등했다.
달러화는 높은 물가지표, 연준 위원 매파 발언에 강세를 보이면서 다시 104선으로 올라섰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시 2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58% 상승한 104.39선에서 등락중이다.
간 밤 발표된 미 생산자물가 지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1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동월대비 6.0%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5.4%를 상회하는 수치다. 하락세를 보였던 전월대비 상승률도 0.7% 상승 전환했다. 시장 전망치(0.4%)를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최대치 기록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노동 지표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대비 1000건 감소한 19만4000건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20만건)을 하회했다. 이는 고용시장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뜻한다.
미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도 이어졌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6일(현지시간) 글로벌 인터디펜던스 센터가 주최한 포럼에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별개로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할 강력한 경제지표를 확인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를 더 높일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지난번 회의 때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는데 3월에도 0.5%포인트 인상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연준의 정책금리를 가능한 빨리 5.375%까지 올리고 싶다”고 언급하며 금리인상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86.3%로, 0.5%포인트 인상을 13.7%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2%로 봤으나 크게 높아진 것이다.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 될 것이란 우려에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심도 순매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환율 상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일 대비 431.20 포인트(1.26%) 내려간 3만3696.85로 폐장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일보다 57.19 포인트(1.38%) 하락한 4090.41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일에 비해 214.76 포인트(1.78%) 떨어진 1만1855.83으로 장을 닫았다.
긴축 우려가 이어지면서 미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같은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58% 상승한 3.863%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24% 상승한 4.644%에 마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연준 매파 발언에 기댄 달러화 강세, 위험선호 심리 위축 등 영향에 장중 1300원을 넘어섰다”며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도 둔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연준 위원 매파 발언이 더해져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됨 되면서 강달러, 위험선호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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