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번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5%대의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플레 우려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높게,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든 결과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4% 올랐다. 지난해 12월(6.5%) 보다는 둔화된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6.2%)를 상회한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월대비 CPI 상승률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86.3%로, 0.5%포인트 인상을 13.7%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2%로 봤으나 크게 높아진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다. 이미 한은과의 금리차가 1.25%포인트 벌어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전망대로 미국이 3,5월 각각 0.25%포인트씩만 인상해도 최종금리가 5.0~5.25%가 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낮지만 연준이 3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면 최종금리는 5.25~5.5%로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은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경우 한국(3.5%)과 미국간의 기준금리 격차가 2.0%포인트, 최대 2.5%포인트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긴축 우려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두 달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을 넘어섰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보다 14.7원 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03.8원까지 오르면서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1305.0원) 이후 2개월 만에 1300원을 재돌파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3.5%에서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나 미 연준과의 금리차 확대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 등 경기를 고려하면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달 열린 금통위 직후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그 이후에는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반면 나머지 3명은 최종금리를 3.75%로 열어뒀다”고 말했다. 의견이 3대 3으로 갈릴 경우 이 총재가 케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으로, 그만큼 결정이 어려워 졌다는 얘기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도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금통위원들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한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빠른 시일 내에 목표수준 가까이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필요시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위원은 “지난 1년 반에 걸친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는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5.0%)보다 소폭 상승한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이번 달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국제유가 상승, 전기·도시가스 가격 인상,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대외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락과 내수 둔화,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은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채권 시장은 다시 추가 금리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15일 기준금리인 3.5%를 상회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전망에 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지난 한 달 간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바 있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것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다만, 미 연준의 최종금리 기대가 종전보다 높아지면서 이 총재가 매파적 메세지를 내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여전히 높고,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고 있지만, 경기와 물가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음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인상한 것에 대한 효과를 점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위원 중 금리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위원은 한 명에 불과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1명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의 여건을 고려하면 금통위에서 완화적인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시장은 다음주 동결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지만, 2월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고물가 막바지 국면 진입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부담이 적지 않고,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향후 재정-통화 정책 공조 압박을 감안하면 물가 방어와, 연준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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