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은행 돈잔치’를 작심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수술에 나서면서 은행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제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나 ‘스몰 라이센스’를 통한 특화은행 도입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앞서 은행업 경쟁촉진을 위해 출범했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그 메기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제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나 특화은행이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의 후속조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가 큰 만큼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TF를 통해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을 상반기 중에 마련할 방침이다. 은행의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뿐만 아니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非)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산업의 경쟁 자체를 촉진시켜 가격(금리) 측면에서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라며 “은행권이 현재 금리공시제도 등 금리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보다 더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일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를 겪으며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등으로 26개에서 12개로 줄었다. 이후 은행 산업의 경쟁도 촉진과 금융서비스 혁신 등을 목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가 공고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신시장 71.4%, 수신시장 63.4%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경쟁이 제한된 과점체제 하에서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손쉽게 막대한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기존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출현시켜 여·수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센스가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재는 은행업은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단일 인가 체제다. 반면 스몰 라이센스는 은행 인가를 중소기업금융이나 소매금융 식으로 단위를 나눠서 진입 장벽을 허물어주는 제도다.
출고일자 2023.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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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2.15. yesphoto@newsis.com |
금융당국도 과점체제를 깰 방안 중 하나로 영국의 ‘챌린저 뱅크’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챌린저 뱅크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은행으로 단기 수익성보다는 금융시장 혁신에 중점을 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소규모 특화은행이다.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중소기업금융, 소매금융 등 기능별 업무가 뚜렷하다.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범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미 3개 인터넷전문은행에 인가를 내줬고 당시 인터넷은행에 욕심을 냈지만 탈락한 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만큼 가장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제 4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한다 하더라도 은행 산업에 메기효과를 제대로 구현해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중금리 대출)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기존 은행업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금융위의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평가 결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으로 일반은행의 시장집중도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화은행의 경우도 기존 은행들의 금융 인프라가 빈틈 없이 탄탄한 상황에서 얼마나 틈새를 비집고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화은행을 위해 은행업 진출 장벽을 낮춰줬다가 자칫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은행을 1~2개 늘리는 것으로는 과점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경쟁촉진이 실질적으로 소비자 혜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7일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보자는 것이 기본적인 스탠스이고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도 다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이미 시장에서 존재하는 플레이어들 간에도 조금 더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 은행 등과 5대 금융지주들 간에 실효성 있는 경쟁이 일어나지 못했다면 왜 일어나지 못했는지를 고민하고 대규모 은행들의 과점적 상황을 유지하는 능적 장치들을 완화하면서도 은행의 건전성이나 경쟁력을 저해하는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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