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상 기조 끝났다는 의미 아냐”
금통위원 6명 중 5명, 최종금리 3.75% 열어둬야
경기 침체, 물가 전망 고려시 동결할 듯
국채 금리도 전구간 하락…추가 인상 낮게봐
미 고강도 긴축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최종금리 수준과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의 연 3.5%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금리 인하에 돌입하는 등 미국 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조윤제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 의결문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 시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기는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이 금리 인상 기조 종결과 금리 인하 기대로 번질 경우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 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또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물가가 한은의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를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적 통화정책 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1명을 제외한 5명이 최종금리 전망을 당분간 3.75%수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 동결 의견과 추가 인상 의견이 3대 3로 팽팽하게 맞섰다면, 이번에는 1대 5로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둔 위원들이 대부분 이었다.
대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반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때문인데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변화할 수 있다. 실제로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5.0%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던 시장이 최근 물가, 노동 지표 발표 이후 5.5%로 높아지고 있다. 이 수준이 지표에 따라 다시 변화할 수 있고,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국내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
이 총재 역시 물가가 예상 경로대로 갈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금리동결에 더 무게를 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3월부터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한은 예상 경로대로 가게 된다면 금리를 더 올려 긴축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 시장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전구간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0분 장 마감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046%포인트 하락한 3.599%에서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44%포인트 내린 연 3.595%에서 거래를 마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하반기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5.25% 수준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한은도 3.50%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한은이 물가와 성장률을 함께 하향 조정 했는데 향후 경기 하강 압력을 고려하면 인상보다는 동결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 연준의 긴축이 장기될 경우 추가 인상 대응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의 물가 경로가 예상과 현저하게 달라지지 않고 환율 측면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금융안정에 방점을 둔 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행보에 대한 기대가 재조정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결정 자체가 사실상 긴축 사이클 마무리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종료됐으며 현 기준금리 3.5% 추가 인상 없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올해 안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국내물가 고공행진과 연준의 피봇(정책 선화) 후퇴로 향후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한국 경기 둔화, 경기 부양으로 무게 이동하는 듯한 정부 정책 등을 감안시 금리인상 종결 국면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자본이탈 위험만 크지 않다면 4분기께 연준보다 앞서 금리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미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75%까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기 때문에 사실상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긴축 경로는 상반기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에 달린 것으로 보는데 기대 이상 이었던 미 경제, 타이트한 고용시장 등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한은도 4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해 3.75%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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