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근원 PCE 물가지수 전년비 4.7%↑…예상 상회
#소비 지출 전월비 증가율은 약 2년간 최고
#매파 연준 장기화 가능성 강화
#10년물 국채금리 다시 3년간 최고치
#올해 금리 인하 기대 사라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2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물가 오름세에 속도가 붙었다는 소식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긴축 기조에 힘을 보태며 주가를 압박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6.99포인트(1.02%) 내린 3만2816.92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2.28포인트(1.05%) 하락한 3970.0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95.46포인트(1.69%) 밀린 1만1394.94로 집계됐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3.0% 내려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7%, 3.3%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물가 지표는 다시 한번 연준의 금리 인상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5.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월간 0.2%, 연간 5.3%보다 빠른 오름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1월 전월 대비 0.6% 올라 지난해 12월 0.4%보다 오름폭을 늘렸고, 전년 대비로도 12월 4.6%보다 높은 4.7%의 속도로 상승했다. 앞서 월가는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4.4%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근원 PCE 물가지수를 주목한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수치는 끔찍했고 이것은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라면서 “우리는 하반기 전까지 연준이 매파적일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가파른 물가 오름세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지출을 늘렸다. 지난달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1.8% 증가해 약 2년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강력한 자동차 판매가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D증권의 프리야 미스라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는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일드 플래트닝)가 말이 된다”며 “연준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크고 이번 지표는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압박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스라 책임자는 “그들(연준)은 경기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2%로 돌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내달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폭을 둘러싼 연준과 시장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은 내달 25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7.1%, 50bp 인상 확률을 32.9%로 각각 반영 중이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를 5.25~5.50%까지 올린 후 연말까지 인하에 나서지 않고 해당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스라 책임자는 “이번 지표로 연준이 3월 50bp를 올릴 것인지에 대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그것이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아마도 더욱 매파적으로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3월 50bp의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봐야 하지만 추가 3차례 금리가 오를 것이고 이번 긴축 사이클은 하반기에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표 발표에 앞서 CNBC 방송과 인터뷰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나는 우리가 금리를 5% 위로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얼마나 위로 금리를 올릴 것인지 가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스터 총재는 연준이 5%보다 다소 위로 금리를 올린 후 유지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연준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추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연준 이사를 지낸 프레더릭 미슈킨 컬럼비아대 경영학 교수 등은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는 중앙은행이 침체 없이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 상승률 하락)을 유도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 전망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준이 2025년 말까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상당히 긴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하반기 5.6%, 6.0% 혹은 6.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 상승 열기가 식었다고 입을 모은다. 앨리의 브라이언 오버비 선임 시장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소식과 1월 상승 후의 시장 밸류에이션, 약한 4분기 실적 시즌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에는 상승 여지가 거의 없다”며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no) 착륙’ 시나리오가 ‘고르지 못한 착륙'(bumpy landing) 시나리오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P500지수 11개 업종 중 금융업종과 원자재 업종을 제외한 9개 섹터가 약세를 보인 이날 기술업종과 부동산, 재량 소비업종은 두드러진 내림세를 보였다.
종목별로 보면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BYND)는 예상보다 적은 분기 손실로 10.15% 급등했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BA)은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 인도 일시 중단 소식에 4.83% 하락했다.
강력한 분기 실적 발표 후 전날 14% 넘게 급등한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DA)는 1.60% 내다.
온라인 중고차 매매 플랫폼 카바나(CVNA)의 주가는 4분기 7.16달러의 주당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20.54% 급락했다. 앞서 월가는 2.28달러의 주당 손실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도비(ADBE)는 미 법무부가 어도비의 피그마(Figma)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이후 7.63% 하락했다.
쓰리엠(MMM)의 주가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주가가 2013년 5월 2일 이후 약 10년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연준이 상당 기간 매파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였다. 전날 3.8%대로 레벨을 낮췄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6.4bp 급등한 3.945%로 장중 다시 3개월간 최고치로 올라섰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수익률의 오름폭은 더욱 컸다.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11.6bp 상승한 4.809%를 가리켰다.
달러화는 강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뉴욕 증시 마감 무렵 전장보다 0.59% 오른 105.22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유로/달러 환율은 0.46% 내린 1.0547달러, 달러/엔 환율은 1.28% 오른 136.41엔을 각각 가리켰다.
유가는 3월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앞둔 러시아에서 원유 공급이 지속하며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93센트(1.2%) 오른 76.32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WTI 근월물은 0.3% 강세를 보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4월물은 95센트(1.2%) 오른 83.16달러를 나타내 한 주간 0.2% 상승했으며, 5월물은 87센트(1.1%) 뛴 82.82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연저점을 경신했다.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트로이온스당 9.70달러(0.5%) 내린 1817.1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최저치다. 주간 기준으로 금값은 지난주 1.3%에 이어 이번 주도 1.8% 내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51% 오른 21.67을 기록했다.
다음 주 관심을 가질 만한 경제 지표로는 ▲ 27일 내구재 주문 ▲ 28일 소비자신뢰지수 및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 2일 ISM 비제조업 PMI가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통업체 28일 타겟(TGT)과 2일 코스트코(COST), 1일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CRM)의 실적도 주목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도 예정돼 있다. 27일에는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2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3일에는 미셸 보먼 이사가 각각 연설에 나선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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