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긴축 공포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330원 턱 밑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다시 넘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2.2원) 보다 2.0원 상승한 13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8일(1322.6원) 기록한 연고점을 다시 넘은 것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3.3원 오른 1325.5원에 개장했다. 장중 한때 1329.0원까지 치솟으며 1330원을 안착을 시도했으나 오후 들어 실개입 추정 물량 출현으로 상승폭을 일부 되돌렸다. 환율은 4거래일 동안 27.3원이나 뛰었다.
전날 국채 금리 하락에 소폭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엔화 약세 영향으로 장중 강세 전환했다. 국내 시간으로 오후 4시 5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4% 상승한 136.74선에서 거래 중이다.
장중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를 조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원화가 엔화와 동반 약세를 보인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압력을 가했다.
퇴임을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마지막 정책회의에 참석해 “완화정책은 일본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며 초완화적인 경기부양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엔화는 장중 달러당 136.95엔까지 오르는 등 약세를 보였다.
장 막판 당국의 개입 추정 달러 매도 물량이 출현하면서 1330원 목전에서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등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간 밤 발표된 미 고용지표가 둔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긴축 공포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지난 주(2월 26~3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2만1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19만5000건)를 상회한 수치로, 지난해 12월24일 이후 10주 만에 최대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71만8000건으로 시장 전망치(166만건)를 상회했다.
상대적으로 볼 때는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고용이 아직 견고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다고 시장은 해석했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의회 상, 하원 연설에 주목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올해 최종금리가 더 높아져야 하지만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금리인상 수준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해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앞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만약 전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빅스텝’ 단행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전날 보다 줄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61.6%로 나타났다. 하루 전 78.6% 수준 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따라 빅스텝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오는 10일과 14일 각각 발표되는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CPI) 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2만5000명 증가하고,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6.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강한 지표가 확인될 경우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뱅크런 우려가 제기됐던 미국 가상자산 거래 은행 실버게이트가 청산하기로 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진 점은 달러 강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더. 실버게이트 은행은 미 뉴욕의 시그니처 은행과 함께 가상자산 전문 양대 은행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날 열리는 임기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수익률 곡선 통제(YCC) 상·하단을 변경하는 등 세부적 내용에 대한 조정 조치가 나올 것이란 기대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YCC 변경은 다음 총재에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결과에 따라 원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주 급락에 뉴욕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보다 1.16% 하락했다. 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5%, 나스닥지수는 2.05% 빠졌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미 채권 금리는 급락했다. 같은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87% 하락한 3.907%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3.75% 폭락한 4.870%에 마감했다. 미 국채 2년물은 긴축 공포에 전날 2007년 이후 16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미국 가상자산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 청산 등에 따른 글로벌 투심 악화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BOJ, 고용지표 대기 등에 소폭 상승했다”며 “실버게이트 등에 은행주 및 기술주 중심 뉴욕 증시 급락은 외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해 국내증시에 외인 순유입세 감소로 이지면서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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